BGM
폐부에서부터 강한 압력이 치솟고, 이내 거센 기침 소리와 함께 당신은 핏덩어리를 토해냅니다.
모든 것이 얼어붙을 듯한 겨울날의 추위 속, 회색 하늘 위로 어지럽게 흩날리는 눈송이들,
어깨의 상처에서는 끊임없이 피가 흐르고 있습니다.
불쾌한 기분에 팔이나 다리를 움직여보면, 여기저기 끈적하게 말라붙은 피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사방으로 흩어진 고동색 머리카락은 핏물에 젖어 축축합니다.
몸에 꼭 맞는 검은 군복이 지독하게 무겁습니다.
생명줄처럼 쥐고 있던 총은 저 멀리 날아간 지 오래입니다.
그보다, 당신의 상처에서 흐른 피가 차가운 웅덩이를 이루고 있습니다.
WARRIOR:
SAN Roll
| 기준치: |
70/35/14 |
| 굴림: |
43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그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오래된 라디오의 잡음 섞인 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오늘은 크리쳐 발생 사…으로부터 866……니다. 안심…시오, 국민……."
출생지, 부모, 무엇을 하던 사람이었는지조차 기억해낼 수 없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일어나야 합니다. 이런 곳에 누워있을 시간이 없으니까요.
바짝 마른 입에서 혈향이 느껴지고, 이곳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구가 치밉니다.
피 웅덩이 속에 계속 누워있다간 다양한 사인 중 하나로 죽어버리고 말 테니 욕구대로 움직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상처를 보아하니 팔이 달랑달랑하게 달려있던 것 같은데,
지금은 제법 잘 움직이네요. 던져둔 총을 주워들어도 크게 부담 가지 않습니다.
이곳은 도시 외곽, 아득하게 휘몰아치는 검은 눈보라 너머로 야경이 빛나고 있습니다.
드문드문 어둠이 잠식한 도시의 야경은 어쩐지 위태롭고 쓸쓸합니다.
WARRIOR:
관찰력
| 기준치: |
75/37/15 |
| 굴림: |
52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10m쯤 떨어진 곳에서, 불 앞에 앉은 낯선 사람이 등을 돌린 채 무언가를 먹고 있습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허기와 살벌한 추위가 메테오를 괴롭힙니다.
저 사람에게 무언가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요?
주지 않는다면 억지로 빼앗는다거나, 아무쪼록 총을 가진 당신에겐 많은 방법이 있겠죠.
매끄러운 눈의 등을 밟을 때마다 볼품없는 소리를 내며 발이 잠깁니다.
온기, 식량, 그 외 다양한 것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 들뜨기까지 합니다.
등을 돌린 사람은 당신이 바로 뒤에 왔음에도 고개를 돌리지 않습니다.
레토르트 식품의 푹 익은 건더기를 일회용 포크로 휘저을 뿐, 라디오 소리에 푹 빠져 있습니다.
여전히 최강의 인류를 운운하는 걸 보니, 분명 시답지 않은 가십 뉴스겠지만요.
자신의 숨이 굉장히 거칠어졌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그러니까, 여긴 너무 춥고, 배가 고프고, 그래서,
생각해버렸는지도(어쩌면 말해버리기까지 했는지도!) 몰라요.
부추기듯 두드리는 심장 고동 소리를, 당신은 결국 참지 못하고 낯선 사람에게 달려듭니다.
아니, 달려들었을 겁니다. 분명 달려들지 않았나요?
작동 방식도 알지 못하는 총은 내던지고, 무기가 될 만한 무언가를 잡는다거나, 없다면 날카로운 이빨과 손톱을 세운다거나…….
굉음이 울리고, 허수아비가 쓰러지는 것처럼 무기력한 퍽! 소리와 함께,
당신의 세상이 한 번 크게 뒤집히더니, 어느덧 낯선 사람은 당신을 내려다보고 있었습니다.
흩날리는 땋은 머리, 형형하게 빛나는 붉은 눈.
모든 것을 집어삼킬 듯 부는 바람과 내리는 눈,
그것들로만 이루어진 전부 잿빛인 세계에서… 홀로 붉은 색인.
소중한 것을 잃어버린 것 같아요. 이를테면 심장이라거나.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야 할 장기들은 존재하지 않고,
휑한 구멍이 붉고 끈적한 액체를 토해내고 있을 뿐입니다. 어디선가 그런 이야기를 들었던가요?
정말로 잔인한 장면은 장기를 흘리고 있는 것이 아닌, 있어야 할 것이 없는 광경이라고…….
대단해요! 엄청난 위력이에요! 아마 거대한 주포 같은 것에 맞은 게 아닐까 싶습니다.
한가하게 이런 걸 추측하고 있을 땐 아닌 것 같지만요.
피를 토할 틈도 없이 시야 너머의 모든 것이 어두워지며, 몸을 지탱하고 있던 의식이 멀어집니다.
강렬한 충격과 온몸의 세포가 전멸하는 듯한 고통이란!
당신은 어렴풋하게나마 자신은 이제 곧 죽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WARRIOR:
SAN Roll
| 기준치: |
70/35/14 |
| 굴림: |
67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죽음을 받아들이거나, 혹은 받아들이지 못했거나…….
혼란스러워할 무렵, 시야가 가물가물한 당신의 시야에 무언가가 들어옵니다.
낯선 사람의 손에 들린, 끝에서 작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검고 긴, 섬세하고 복잡한 기체는,
잠에서 깨어난 당신이 집어들은 총과 꼭 닮은 종류의 것이었습니다.
날파리처럼 웅웅거리던 지겨운 라디오 소리가 말을 끝맺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시민 여러분. 아직 우리에겐 최강의 인류가 있습니다."
"메테오님과 그라하 티아님에 의해, 제
94 번째 안전지대는 오늘도 지켜지고 있으니까요."
낯선 사람은 무전기를 고쳐 잡고 당신에 대해 보고합니다.
일시적인 기억 상실, 전투에 대한 비정상적 집착, 일단 한 번 리셋 했으며, 다음 소생까지 남은 시간은…….
와우! 저 사람은 정말 어딘가의 SF 장르 클리셰 영화 등장인물처럼 말하는군요.
BGM
폐부에서부터 강한 압력이 치솟고, 이내 거센 기침 소리와 함께 당신은 핏덩어리를 토해냅니다.
모든 것이 얼어붙을 듯한 겨울날의 추위 속, 회색 하늘 위로 어지럽게 흩날리는 눈송이들, 가슴의 상처에서는 끊임없이 피가 흐르고 있습니다.
불쾌한 기분에 팔이나 다리를 움직여본다면, 여기저기 끈적하게 말라붙은 피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사방으로 흩어진 머리카락은 핏물에 젖어 축축합니다.
몸에 꼭 맞는 검은 군복이 지독하게 무겁습니다.
생명줄처럼 쥐고 있던 총은 저 멀리 날아간 지 오래입니다.
그보다, 당신의 상처에서 흐른 피가 차가운 웅덩이를 이루고 있습니다.
WARRIOR:
SAN Roll
| 기준치: |
70/35/14 |
| 굴림: |
9 |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이전 소생 직후와는 달리, 혼란스러움은 한결 덜합니다.
짜증 나는 라디오 소리는 더 들리지 않습니다.
당신이 한층 더 어둡게 가라앉은 회색 하늘을 바라보고 있으면, 묵직하게 눈 바닥을 밟는 군화 소리가 가까워집니다.
BARD:정말... 갈수록 못 말리겠네. 이제 정신이 들었어?
그렇지 않다고 대답하면 당장이라도 한 발 더 갈길 기세입니다.
BARD:전자기기도 맞으면 고쳐진다던데. 흐음, 크리쳐도 TV 같은 건가...
WARRIOR:(인상을 왈칵 구긴 채로 중심을 잡는다. 숨이 달리는 느낌에 몇 번 기침을 거듭했다. 갈수록 방식이 과격해지는 건 피차일반이군.)
TV도 맞으면 가시가 돋나. ...정신 차렸어, 다음부터는 좀 덜 충격적인 방식으로 부탁하지.
(떨어트렸던 총기를 주워든다. ......애송이 주제에. 자신만만하게 웃는 낯짝을 노려보다 고개를 돌렸다.)
BARD:(팔짱을 낀 채 피에 잔뜩 젖은 그의 모습을 흘겨본다. 참나, 도와줘도 나한테만 뭐라고 하고! 괜히 바닥에 떨어진 잔해를 발로 걷어찼다.) 이런... 포크 떨어뜨렸잖아...!
하여간 되는 일이 없다니까. 이쪽이야말로 매번 너를 죽이는 것도 힘들어.
WARRIOR:사람이 배고파서 죽게 생겼는데 혼자 맛있는 거나 먹고 있으니까 그렇지. (자연스럽게 수복되는 복부의 구멍을 내려다보고는 다시 인상을 구겼다.)
매번 죽는 이쪽은 어디 쉬운 줄 알아. (붉은 뒤통수를 노려보다가 퍽, 소리가 나도록 꿀밤을 먹여 놓는다.)
포크 새 거 가져다 줄게.
BARD:아야! (동그랗게 뜨인 눈으로 믿기지 않는다는 듯 한 손으로 뒤통수를 싸맨다.)
네가 크리쳐라 모르나 본데, 보통 사람은 먹을 걸 요구할 때 타인을 죽이려 들진 않아. 지금이라도 새롭게 깨달았으면 좋겠네!
완전한 타인도 아니고, 난 네 동료인데도 말이지. (투덜대며 그를 따라 총기를 든다.) 포크는 됐어.
WARRIOR:이 안에서는 걸핏하면 몸에 바람구멍을 뚫어놓는 사이도 동료라고 부르는 모양이지? (자신에게서 흘러나온 피에 오염된 일회용 포크를 바라본다. 싫으면 저걸 주워 쓰든지. 건조하게 웃었다.)
보통 사람은 한 발 맞으면 골로 간다는 건 알거든? 자꾸 신경 긁지 마.
(네가 남겨 놓은 간편식을 들어 한 입에 털어넣는다. 차게 식은 건더기를 씹지도 않고 삼켜버렸다.)
BARD:앗! 너, 정말...!! (그에 손에 들린 것을 재빠르게 낚아챈 뒤 내용물을 확인한다. 덩그러니 남은 빈 접시를 보며 빳빳하게 꼬리털을 세운다.) 다 먹었잖아!!
그래요. 그라하는 당신을 처참하게 살해한 뒤에도 가벼운 농담을 던지고 있지만, 당신의 소중한 전우입니다.
……어제까지는 그랬죠. 그가 까마귀에게서 소중한 당신을 되찾아온 무용담 따위는 듣고 싶지 않습니다.
WARRIOR:정말 그랬다간 너만 귀찮아질걸.
(입가에 묻은 소스를 대충 닦는다.) ...식어서 맛없다. 다음부턴 미트볼 더 많이 든 걸로 받아와.
BARD:이 날씨에 식지 않는 게 더 이상한 거 아니야? 유감이지만, 미트볼이라면 내가 먼저 빼먹었어. 의도한 건 아니었는데 그렇게 됐네.
기억을 더듬어보면, 분명 이전 임무를 끝낸 직후에 당신이 사망했던 것 같습니다.
소생 직후에는 10번 중의 1번꼴로 이번처럼 정신이 이상해지는 때도 있었는데, 그때마다 그라하가 물리적인 '리셋'을 도와줬던 기억이 납니다.
죽음은 익숙하지만 다정하지 않고, 소생 직후의 첫 숨은 유난히 차가웠습니다.
임무가 끝나면 휴식기가 주어지니 느슨하게 풀어질 법도 한데,
어째서인지 그라하 티아는 농담 도중에도 빈틈없는 모습으로 조금 떨어진 도시에 시선을 던지고 있습니다.
BARD:내가 말싸움을 회피하려는 건 아니고, 이럴 시간 없어. 진짜야.
네가 두 번이나 죽는 바람에 임무가 지체되었단 말이야.
WARRIOR:(시선을 따라 도시의 야경을 바라본다. 언제 보아도 불쾌하기만 한 풍경이다.)
그랬나, 누가 라디오나 들으면서 농땡이를 피우길래 시간이 썩어 넘치는 줄 알았어.
BARD:...네 소생이 이번에 유난히 느리길래, 밥이라도 먹으면서 기다리려고 한 거거든. 내 쉬는 시간을 방해한 건 너란 말이야, 알겠어?! (양쪽 허리춤을 짚고 콧방귀를 뀐다.)
인자한 내가 참아야지, 별수 없네. 기억이 혼란스러울 테니 잘 들어. 딱 한 번 말할 거니까.
이전 임무는 성공적으로 완수했다. 넌 그 과정 중에서... 그래, 죽게 된 것 같은데, 아마도 과다출혈이 사인인 것 같아.
WARRIOR:(위장에 음식물이 들어가자 기분이 조금 풀어진다. 귓가를 때리는 소년의 카랑카랑한 소리에, 기계적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그거 미안하게 됐군. ...과다출혈이면 오래 걸린다는 거 알잖아. (임무가 성공했다는 말을 듣고는 완전히 느슨한 얼굴로 돌아왔다.) 처음 보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 내 밥은 어딨어?
...설마 먹을 시간도 안 준다고 하진 않겠지?
BARD:소생 얘기 말인데. 저번에는 30분, 저저번에는 한 시간, 저저저번에는 45분... 모조리 기억하고 있어.
나도 너의 몸에 대해선 잘은 모르겠는데, 짐작하건대 소생 시간은 복불복이라거나... ... ...내 말 듣고 있는 거지?
그라하 티아가 복부 쪽에 달린 주머니를 열어젖힙니다.
그가 손에 든 것은, 당신의 감으로 짐작하건대 초코바입니다.
WARRIOR:어어, 듣고 있다니까... ......? (이게 밥이냐? 하는 얼굴로 내밀어진 초코바를 잡아챘다. 그야 없는 것보다는 낫긴 하지만...)
(포장지를 벗겨 내용물을 와작와작 씹는다.) 소생 시간은 내가 잴 수 있는 게 아니잖아. ...이번엔 얼마나 걸렸는데 그래.
BARD:(빼앗기듯 손바닥으로부터 초코바가 사라지자, 불만족스러운 표정을 드러내며 작게 투덜거린다.) 평소의 두 배, 아니, 세 배 정도 됐나....
...맛있어?
WARRIOR:맛있네. (안에 든 아몬드까지 남김없이 씹어먹고는, 껍데기만 남은 포장지를 네 유니폼 주머니 안에 다시 넣어두었다.)
더 없어? (평소의 두 배를 넘겼다고... 눈썹 사이에 주름이 졌다. 지금껏 그런 적은 없었는데. 저번 부상이 컸던 탓인가?)
BARD:너, 너...! (비죽 튀어나온 포장지를 내려다보며 꼬리를 휘젓는다.) 이거, 기억해 둘 줄 알아...!!
당신의 동료는 잔뜩 붉어진 얼굴을 하고선, 이번에는 다리에 달린 주머니를 뒤적입니다.
꼬깃꼬깃 접힌 종이를 펼쳐 당신의 얼굴에 팍,
WARRIOR:기억해서 어쩔 건... ...윽, (눈송이가 녹아붙은 콧대에 종이가 들러붙었다. 이 자식이 진짜...)
뭐야 이게? (종이를 떼어내 내용을 확인했다. 익숙한 규격을 보면 새 임무인 듯한데, 크리쳐에게 점령당한 도시를 탈환한다고.)
BARD:뭐긴 뭐야, 또 다시 즐거운 임무에 들어가는 거지. 쉴 틈도 없어서 아쉽겠지만 조금 참아. 소지품도 제대로 챙기고!
그라하 티아는 장비 점검을 끝내고 일어섭니다.
매서운 칼바람에 반복 재생을 눌러둔 영상처럼 규칙적으로 머리카락이 흔들립니다.
A시의 오늘 날씨는 영하 20도, 방한복을 뚫고 싸늘한 냉기가 침입합니다.
그라하가 무어라 더 말하려는 듯 입을 벙긋거리지만, 이내 거대한 소음에 묻혀버립니다.
쌓인 눈을 날려버리는 강한 바람, 그리고……. 헬기입니다.
WARRIOR:.........!! (거센 바람에 들고 있던 지도를 놓칠 뻔했다.)
바로 투입인가.......
(소생의 여파로 지끈거리는 이마를 감싸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와서 피로를 의식하는 건 무의미하다. 어깨에 매어 두었던 총기의 덮개 부분을 받치고, 정수리 위에서 어지럽게 돌아가는 헬기의 프로펠러를 노려보았다.)
BARD:정신 차려야지 초코바가 마지막 만찬이 되지 않을걸?
그라하는 미소를 띤 채 휘날리는 머리칼 사이로 하늘을 바라봅니다.
헬기가 착륙하고, 문이 열리면서 둘은 커다란 몸체에 탑승합니다.
두 사람을 태운 헬기는 상공으로 날아오릅니다.
목표 지점은 1주일 전 크리쳐에게 점령당한 A시, 전력이 채 끊기지 않은 유령 도시.
창 아래로 펼쳐진 야경은 눈이 시리도록 푸른 빛을 띠고 있습니다.
음울한 빛 사이 드문드문 자리 잡은 어둠은, 분명 도시의 예비 전력이 다해가고 있기 때문이겠죠.
감상에 젖어있을 때가 아닙니다. 전력이 끊긴다면 생존자를 구해낼 수 있는 확률도 떨어질 테니까요.
헬기의 문이 열리고, 따가운 겨울바람이 휘몰아칩니다.
발각당할 위험이 있으므로 헬기는 착륙하지 않습니다.
내려갈 방법은 단 하나. 목표 착륙 지점은 점점 가까워지면…….
의사를 물을 틈도 없이 그라하는, 당신을 '공주님 안기' 해버립니다.
당신과 그라하 티아는 맨몸으로 도심에 뛰어듭니다.
공중에서 고개를 세우면, 마치 건물이 우리에게 떨어지는 것처럼...
수많은 빛들이 서로를 감싼 둘에게 가까워집니다.
BARD:으... 윽, 더는 못 들겠어.......
아차 하는 순간에 그라하는 당신을 놓쳐버리고 맙니다.
(이를 악물고 낙하 중인 팔을 붙잡으려 시도한다. 안 되겠어, 너무 멀다. 받은 채로 떨어질 수 없다면...)
(살고 봐야 한다. 나머지는 저 녀석이 알아서 하겠지.)
(등에 매고 있던 가방을 앞으로 옮긴다. 경험상 가장 고통이 강했던 목 부분을 가방으로 감싸고, 몸을 둥글게 말아 착지했다.)
당신은 알고 있습니다. 스스로가 안전해질 방법을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으로 가방을 들고, 그대로 바닥을 향해 떨어집니다.
허공을 한 바퀴 돈 당신이 착지한 시멘트 바닥에 굉음과 함께 금이 가며, 사방으로 파편이 흩어집니다.
파괴력과는 달리 미끄럼틀을 타듯 능숙한 착지입니다. 문제는 조금도 없습니다.
까딱 잘못하면 머리로 박을 수도 있지만, 뇌가 터져도 살아나는 체질이라 가능한 작전이죠.
사실, 이 소리 때문에 발각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지만...
헬기보다는 눈에 덜 띄는 방법이니 어쩔 수 없습니다.
우선 두 사람 몫의 짐가방은 내려두고, 아직 떨어지는 중인 그라하 티아를 받아볼까요.
WARRIOR:
민첩
| 기준치: |
99/49/19 |
| 굴림: |
14 |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턱, 소리와 함께 당신은 그라하를 두 손으로 받아 사뿐히 안아 올립니다.
눈 내리는 도심이 한눈에 보이는 높은 건물의 옥상, 단둘이네요…….
현재 두 사람이 있는 곳은 굴지의 대기업, B사의 옥상입니다.
A시의 중심지이자 가장 높은 곳으로, 도시의 상황을 파악하기에 가장 적합한 장소이죠.
새벽 2시, 시야 아래로 새카만 밤의 어둠이 펼쳐지고, 그 위에 창백한 도심의 빛이 번집니다.
WARRIOR:보통 사람은 한 번이면 골로 간다며?
(들고 있던 몸을 바닥 위로 던지듯이 내려놓았다. 더는 따질 것도 없다는 듯이, 네 무전기를 빼앗아 음고 없는 소리로 착륙을 알린다.)
BARD:(몸을 떨어뜨리는 행동에도 불구하고, 읏차, 자연스럽게 빙글 몸을 돌려 바닥에 발을 딛는다. 괘념치 않고 양손을 탁탁 털어낸다.) 운이 좋았네. 난 역시... 작전을 수행할 때 낙하 과정이 참 마음에 든다니까.
물론 크리쳐인 네가 수고를 해 줘야지 성공할 수 있는 거지만! 네가 받아주지 않는다면 등이라도 밟을 생각이었어. 그건 싫지?
BGM
BARD:어디 보자... 미처 피난하지 못한 사람들은 긴급 대피 구역에 뭉쳐있을 거야.
그라하의 손가락 끝이 지도 표면의 점을 하나씩 짚습니다.
눈으로 그것을 좇는다면……. A시의 긴급 대피 구역인 학교, 백화점, 병원, 지하철역입니다.
WARRIOR:(어깨 너머로 지도를 훑어본다. 구조가 긴급한 곳과 아이가 있는 곳, 인구가 많은 곳... 훈련으로 익힌 우선 순위를 대강 떠올렸다.)
...병원 먼저. 가자, 따라와.
(옥상과 옥상을 이어서, 밤의 도시를 넘나들며 달린다. 익숙한 발소리가 들리자 안심하고는 난간 아래로 펼쳐진 대로의 상황을 확인했다.)
동료는 긍정을 표한 뒤, 당신의 뒤를 따라 건물을 넘습니다.
높은 곳을 따라가며 지도가 알려주는 장소로 향하면, 건물의 아래로 시선이 가기 마련입니다.
고요합니다. 안전지대를 수호하는 당신에게는 다행이라고 여겨야겠군요.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동한 곳은 예정대로 병원.
J대학 병원의 긴급 대피 구역으로 설정된 곳은 대기실입니다.
한 걸음 들어서면 익숙지 않은 소독약 냄새가 코를 찌릅니다.
대피하지 못한 중환자가 있는지 면밀하게 조사하던 도중,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BARD:환자들을 전부 대기실로 옮긴 탓인지, 역시 아무도 보이지 않는군.
병원에 와서 하는 말인데. 넌 오래 아파 본 적은 없겠지?
WARRIOR:제일 길었던 게 세 시간. 네가 제대로 쟀다면.
(민간 병원의 구조는 익숙하지 않았다. 대기실로 가는 길, 닫힌 문을 발견할 때마다 발로 차며 부숴놓는다. 안에 있습니까, 외치며 병실 내부를 들여다보는 족족 허탕이었다.)
BARD:...다 때려 부수려는 건 아니지? 네 파트너인 나한테까지 돈을 청구하면 어떡해.
불멸이 마냥 부러웠는데 말이야. 다시 생각해 보니 좋은 것 같지만은 않네. 왜, 너는 평소에도 본인의 몸을 종종 가혹하게 다루고는 하잖아.
WARRIOR:네가 무슨 돈이 있다고 내라고 하겠어? (시답잖다는 투로 받아넘긴다. ...방문을 걷어차는 힘이 눈에 띄게 약해졌다.)
그렇게 해도 죽지는 않으니까....... 아니, 죽기는 하지. 부러우면 너도 상부에 말해 봐. 저놈처럼 목에 폭탄 달고 살고 싶다고.
BARD:그, 그런 맥락이 아니었다고! 목에 건 폭탄은 안타깝게 됐어. 다만... 나는 단순하게 인간으로서의 로망을, 그러니까... ...
(내 말이 그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을까? 힐끔 옆을 쳐다보며 묵묵하게 걸음을 옮겨갔다.)
고통은 인간을 보호하기 위한 통각 수단이라고 했던가요.
아! 물론 당신은 인간이 아니니 상관없습니다.
당신의 경우 긴 치료가 필요한 부상은 죽었다 살아나는 쪽이 '효율이 높기 때문에' 이해할 수 없을지도요.
그렇더라도 당신이 아픔을 못 느끼는 건 아니지만…….
BARD:뭐, 확실히. 다치면 불편하긴 해. 나는 인간이니까.
그가 당신의 눈치를 살피며 중얼거리듯 문장을 내뱉습니다.
아무리 최강의 인류라곤 해도, 그라하 역시 인간입니다.
임무에서 뼈가 부러지거나 내장이 손상된 경험이 있는 만큼, 자신을 철저하게 보호하려는 성향이 강하기도 하고요.
그라하 티아는, 크리쳐가 되고 싶은 것처럼 말하네요.
지능
| 기준치: |
50/25/10 |
| 굴림: |
28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아팠던 기억을 더듬던 중, 문득 어떤 기억이 스쳐지나갑니다.
BARD:...혹시... 혹시나 해서 말인데.
내 말이 너한테 실례가 된 건 아니지?
WARRIOR:실례라는 걸 알면서 한 소리가 아니라 다행이군.
(신경질적으로 받아치며 뒷목을 주물렀다. 감기... 그럴 리가 있나. 이번 소생은 어딘가 문제가 있었던 게 분명하다.)
그라하는 풀이 죽은 채 당신의 뒤를 따릅니다.
아무래도 당신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데에, 본인이 일조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네요...
조심스럽게 방으로 들어서면, 사람은 커녕 옷자락 하나 없이 휑하니 비어있습니다.
WARRIOR:
운
| 기준치: |
60/30/12 |
| 굴림: |
73 |
| 판정결과: |
실패 |
당신과 그라하가 생존자의 동향을 생각할 때였습니다.
가히 동물적인 예감을 발휘해 성큼 물러섬과 동시에, 당신이 딛고 있던 바닥이 내리쳐오는 원뿔에 의해 반파됩니다.
WARRIOR:......그라하, 뒤로!!! (말을 뱉기도 전에 네 팔을 잡아당긴다. 탄창을 확인하고 안전장치를 풀었다.)
두 사람은 날렵하게 몸을 굴려 피했으나, 그곳에는…….
운이 나빴네요. 어느새 당신과 그라하를 포위한 크리쳐들이 몸을 둥글게 말며 뾰족한 돌기를 세웁니다.
얼핏 보면 아름다운 금속 모형처럼 보이는 이 크리쳐는,
BARD:분명 금속형 크리쳐야! 조심해, 메테오!
'사격'을 판정하며, 성공시 4D6을 굴려 '한 번에 몇 마리를 처리했는지'를 결정합니다.
앞으로는 전투 항목에서 '대 크리쳐 살상탄' 다이스를 굴리도록 합니다.
판정 실패는 공격 실패로 취급되며, 재판정 없이 다음 순서로 넘어갑니다.
눈앞에 나타난 금속형 크리쳐들은 모두
16마리.
WARRIOR:(열 여섯 마리, 수가 많지는 않아. 장전을 마치고 어깨와 뺨 사이로 총기를 고정시킨다.) 앞열부터 잡는다. 퇴로를 부탁해!
대 크리쳐 살상탄
| 기준치: |
90/45/18 |
| 고장: |
- |
| 굴림: |
19 |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 피해: |
17 |
BARD:알았어! 녀석들이 도망가지 못하도록 문은 내가 지킬게!
굉음과 함께 탄환이 무리의 중심으로 파고듭니다.
발사된 탄환이 쪼개지며 각기 다른 일직선의 방향으로 향합니다.
탄환은 한순간에 '전원'에 달하는 크리쳐의 핵을 꿰뚫고,
단숨에 사살당한 크리쳐들은 비명 한 번 지르지 못하고 무너져내립니다.
상황이 종료됩니다. 메테오와 그라하, 전투를 마칩니다.
BARD:너... ...정말 끝내줬어! 혼자서 이걸 다 물리친 거야...?!
WARRIOR:(아이처럼 들뜬 눈을 마주치고 떨떠름한 표정을 했다. 아니, 이럴 때가 아닌데.)
가자. 아직 임무 중이잖아.
...저게 다가 아닐 수도 있어. 총성을 들었으니 곧 몰려오겠지.
BARD:(화약 냄새가 가시지 않은 그의 주위를 돌다, 마지막 말에 퍼뜩 정신을 차리고 만다. 상기된 뺨을 가라앉히고 움직임을 멈춘 채 지도를 펼친다.) 그, 그렇군. 어서 자리를 피하는 게 좋겠는걸...
이곳이 아니라면... 주민들은 다른 장소로 대피했을 거야. 긴급 대피 구역은 여기뿐만이 아니니까.
WARRIOR:다음은 학교로 가야겠군. 아이들은 자력으로 생존할 가능성이 낮다고 했었어.
(붉어진 뺨을 보곤 잠시 입술을 들썩인다. 감시역으로 붙은 주제에, 저 녀석은 왜 매번...)
(말을 하려다 말고 복도로 나섰다. 불필요한 생각이다.)
알코올 향이 진하게 나는 공간이었던가요. 조금은 낯선 경험이었던 것 같습니다.
병원에서 상대적으로 멀리 떨어지지 않은 학교로 향합니다.
C고등학교의 긴급 대피 구역으로 설정된 곳은 강당입니다.
잠기지 않은 정문 너머, 운동장은 티 하나 없이 새하얀 눈이 이불처럼 덮여있습니다.
당신이 한 발씩 내디딜 때마다 두툼한 군화 아래로 발자국이 새겨집니다.
그라하 티아는 학창 시절을 떠올리는 듯 잠시 감성적인 표정을 짓습니다.
메테오, 네가 보기엔 어때? 나는 어떤 학생이었을 것 같냐고.
(붉은 머리털부터 눈 덮인 군화까지, 시선으로 대충 훑는다.)
...하라는 대로 안 하고 자꾸 튀는 짓 해서 매번 혼나는 그런 애.
BARD:...너, 도대체 나를 어떻게 보고 있는 거야? 나는...! (평소와 같이 소리를 높이려던 순간, 금세 우뚝 멈춘 채 입을 달싹였다. 헛기침을 두어 번 가지며 팔짱을 낀다.)
전부 틀렸어. 이쪽이 공부는 좀 했거든? 난 쉬는 시간에도 도서관에 틀어박힐 정도였다고.
성적이 나쁘지 않은 탓에 도움을 요청하는 녀석들도 종종 보였고. 뭐, 그렇더라도 특정 무리에 끼는 축은 아니었지만...
당시 학생회에 소속되어 있긴 했지. 알다시피 누군가를 꾈 인물이 아니라서, 적당히 친구를 사귀고, 적당히 관계를 끝맺었어. 이상이야.
WARRIOR:그래, 실력은 좋은 주제에 제멋대로인 성질 못 죽여서 혼자 놀았다는 말을 길게도 하는군.
BARD:아니라니까! (서서히 얼굴이 일그러져 가더니, 주머니에 들었던 초코바 포장지를 구겨 그의 앞으로 툭 던져버린다.)
넌 애당초 크리쳐니까 이해를 못 하려나? 그냥 넋두리야. 옛날에는 이랬다 이 말이지!
WARRIOR:(늘어지게 하품을 하던 중 입을 가리고 있던 손이 멈칫했다. 바람결에 바스락거리는 포장지를 내려다보다가, 군화 바닥으로 밟아버린다.)
이해도 못할 놈한테 물어본 건 너잖아. ...정 심심하면 요원들한테라도 놀아달라고 해. 임무라면 크리쳐한테도 어울려주는 놈들이니까.
BARD:......정말 짜증 나! 놀아달라고 한 적 없어, 비켜!
그라하는 당신의 몸을 툭 치고 먼저 앞서 문을 열어버립니다.
그런 그를 가만히 보고 있으면, 바로 위에 자리한 학교의 꼭대기에 자연스레 시선이 갑니다.
시린 바람에 휘청이듯 흔들리는 깃발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으면,
WARRIOR:
지능
| 기준치: |
50/25/10 |
| 굴림: |
21 |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목구멍 아래서부터 낯선 감정이 치밀어오릅니다.
돌아갈 곳도 없는 당신에게는 과분한 감정이네요.
무슨 생각이 들던, 제멋대로인 동료를 뒤따라가야 한다는 사실엔 변함이 없습니다.
WARRIOR:(...하라는 대로 안 하고, 자꾸 튀는 짓 해서 매번 혼나는... ...그런 녀석을 어디서 봤더라. 훈련 중인 요원들?)
천천히 가! 여기 혼자니까 포위해 달라고 광고하지 말고!
생존자, 그리고 '한 명'을 더 찾기 위해... 학교의 내부에 들어섭니다.
이윽고 강당 문을 열면, 정적을 지키고 있는 그라하의 뒷모습이 보입니다.
WARRIOR:
운
| 기준치: |
60/30/12 |
| 굴림: |
76 |
| 판정결과: |
실패 |
......그라하?
어디선가 낮은 울음 소리와 역한 냄새가 밀려옵니다.
온다, 라는 생각이 스쳐 지나감과 동시에 그라하 티아가 당신에게 등을 맞댑니다.
BARD:전부가 없는 건 아니었군...! 대비해, 메테오!
끈적한 점액질의 액체가 바닥이나 벽에 닿을 때마다 뿌연 연기와 함께 탁한 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WARRIOR:(등을 맞대고 총기를 집어들었다. 특유의 악취에도 눈썹을 꿈틀거리고 말 뿐이다. 생체형, 떼거지로 몰려드는 걸 보면 급은 그렇게 높지 않을 테고.)
(장전된 총구를 크리쳐 무리의 중앙에 조준한다. 인질이 없다는 점은 다행이지만... 여기서 놓치면 다른 구역으로 도망칠 가능성도 있다. 전부 제거하지 않으면 안 되겠어.)
대 크리쳐 살상탄
| 기준치: |
90/45/18 |
| 고장: |
- |
| 굴림: |
82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 피해: |
18 |
BARD:윽, 고약한 냄새.... 너네, 여기 있는 크리쳐 반만이라도 닮아 봐! (실없는 소리와 함께
대 크리쳐 살상탄을 장전한다. 순식간에 과녁을 결정하고, 그대로 검지 손가락을 옮긴다.)
대 크리쳐 살상탄
| 기준치: |
85/42/17 |
| 고장: |
- |
| 굴림: |
58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 피해: |
16 |
복잡한 수식 계산에 걸리는 시간은 단 0.01초.
메테오는 세차게 바닥을 걷어차며 크리쳐를 피해 뛰어오릅니다.
그늘이 진 아래로 그라하는 보조 사격을 합니다.
거꾸로 시야가 뒤집힌 상태로, 계산된 궤도에 탄환을 박아넣은 뒤 또다시 찰칵.
탄환은 당신을 배신하지 않으므로 찾아오는 것은 적의 죽음뿐입니다.
상황이 종료됩니다. 메테오와 그라하, 전투를 마칩니다.
위기를 넘겼으나 이곳엔 정말로 아무도 없습니다.
WARRIOR:(...어떻게 된 거지? 그간의 경험으로 미루어 봐도, 대피 구역이 두 곳이나 비어 있다는 건 이상하다.)
날 닮은 게 이만큼 있으면... 우리 둘로 안 돼.
(앳된 낯짝에 상처 하나 남지 않은 것을 확인한 뒤, 천천히 총구를 내렸다.)
BARD:(직전에 자신이 가졌던 말을 알아차리고, 멋쩍게 뒷덜미를 쓸어내렸다. 젠장, 젠장... ...부끄러워...) 조무래기들한테 그냥 해 본 소리야.
(고개를 털고 다시 자세를 바로잡는다. 총을 메고 그를 올려다보았다.) 아무튼, 이번에도 허탕이잖아. 어떻게든 해야 하는데...!
WARRIOR:남은 두 곳에 사람들이 모여있길 기도해 봐야지.
(눈이 마주치자 시선을 피했다. 조명이 비치는 천장을 올려다본다.) ...이만한 강당에도 전기가 끊기지 않았으니, 아직 시간이 있어.
BARD:네 말이 맞아, 지체하지 말고 다음 장소로 자리를 옮기자. 사람들은... 다른 대피 구역에 있는 게 분명해.
...그리고, 가기 전에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급한 상황에 무슨 짓이냐고 물을 수도 있겠지만...
아까는 미안했어. 너에게 화를 내려던 건 아니었다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무심코 너를 두고 가버렸고... ...또... 네 말에 틀린 게 없었는데 말이야.
WARRIOR:네가 먼저 사과를 하는 건 오랜만이네. 그렇게 마음에 걸렸나?
네 말에도 틀린 건 없었어. 나는 너희처럼 안쪽 세계에선 살아본 적이 없으니까. ...네가 해 왔던 일이나, 어울려왔던 사람들이 어땠는지, 제대로 이해할 순 없겠지.
그래도 너희와 비슷하게 사고하도록 훈련받았거든. 모욕이라 인식하면 화가 나고, 답답함을 느끼면 판단력이 짧아지게끔.
...임무 중에는 그 정도가 심해지는 모양이야. (잔해가 남은 강당 안을 마지막으로 돌아보고는 실외로 나선다.) 잠깐 놀리기만 할 생각이었는데, 네 과거를 나쁘게 말해버렸다. 미안해.
BARD:감정을 느끼는 게 훈련을 받았기 때문이라는 거야? (금세 기운을 차린 뒤 그의 옆에서 걷는다. 한쪽 손으로 턱을 매만지며 귀를 쫑긋거렸다.) 그냥 네가 경험이 부족하다고만 생각했는데... 본질의 문제였나.
(물론 '크리쳐'라는 존재로 말미암아 그를 모욕해버렸지만. 정말 실수였다고, 그건... ...나의 동료도 함께 볼 수 있도록 지도를 넓게 펼친다.) 그럼, 그 훈련의 성과를 지금 보여줘 보시지.
생존자들이 있을 법한 장소를 추측해야 하지 않겠어.
WARRIOR:그것까진 모르겠군. (껄끄러운 주제를 흘려버리곤, 펼쳐진 지도에서 대피 구역 표시가 된 장소를 짚었다.)
지하철로 이동하자. 여기가 허탕이더라도... 백화점 안에는 물자가 남아 있을 테니, 시간을 벌 수 있을 거야.
(네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앞장섰다. 붉은 귀가 요동칠 때마다 쌓여 있던 눈송이가 떨어져 내리는 모습에 저도 모르게 웃음이 샌다.)
당신이 그의 어깨를 두드리면, 그도 만족스러운 듯합니다.
학교를 나서서, 눈밭을 거닐면... 하얀 풍경 사이로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이 드러납니다.
두 사람은 역 내부로 이어지는 계단을 밟고 진입합니다.
앞서 걷던 그라하가 당신이 있는 쪽으로 돌아보며 묻습니다.
관계가 완화되었다고 생각한 탓인지, 기분이 좋아 보이네요.
BARD:지하철 타본 적 없지? 크리쳐보다도 더 어마어마한 소리가 나는데.
WARRIOR:타본 적은 없네. (구조는 알고 있어, 노선도를 외워야 하니까. 덧붙이며 역사 안을 돌아보았다.)
자연스럽게 시선이 컴컴한 역 내부로 떨어집니다.
좀 갑갑하긴 해. 그런데 빨라서 이동 수단에는 최고고... ...그라하의 말을 들으며 점점 더 아래로 내려갑니다.
BARD:그래도, 안전 구역 내라면 어디든 갈 수 있어. 면허가 없어도 말이야. 그건 꽤 편해!
저번에 지하철을 타고 여행을 갔던 게 생각나네. 사람은 여유가 있을 때 이곳저곳 가봐야 하는 법이야. 아, 크리쳐도.
너는... 가보고 싶은 곳은 없어?
WARRIOR:(역사에 울리는 소리를 잠자코 듣고 있던 중, 여행이라는 말에 시선을 먼 곳으로 옮긴다.)
가보고 싶은 곳이야 있지. ...전부 털어놓으면 너는 상부에 보고하겠지만.
그래도 감시가 있으면 허락을 받을 수 있으려나. 다음에 한가해지면 네가 데려가 주든지.
BARD:내가 그렇게 꽉 막힌 사람인 줄 알아? 걱정 마, 아무한테도 얘기 안 할게. 네 파트너로서 말을 흘리고 다닐 수야 없지.
WARRIOR:
지능
| 기준치: |
50/25/10 |
| 굴림: |
83 |
| 판정결과: |
실패 |
당신의 동료는, 최대한 당신의 입장을 고려해서 말한 것 같지만...
목줄을 차고 있는 한, 당신이 자유를 누릴 수 있는 날은 오지 않을 텐데요.
몸속에 뿌리 내린 혈관 전부를 불쾌한 감정이 틀어막는 것처럼 답답합니다.
아, 당신이 말했던 '판단력이 짧아지는 순간'이 바로 지금이던가요?
WARRIOR:
운
| 기준치: |
60/30/12 |
| 굴림: |
9 |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경험을 살려 경계를 하더라도, 이번에는 크리쳐 또한 없는 것 같네요.
당신의 동료는 살짝 긴장을 하다가도, 씩씩하게 당신을 돌아봅니다.
BARD:가보자, 백화점으로. 임무 완수까지 얼마 남지 않았어!
WARRIOR:아무도 못 구해서 나가면 완수가 아니거든?
(텅 빈 역사 안을 응시한다. 습격이 있을 때, 도시 밖으로 이어지는 통로는 피난민으로 붐비게 마련이라 하지 않았나. 그런데도 시체조차 보이지 않는다는 건...)
(꺼림칙함에 뒷목을 주무른다. 이런 상황에서도 들떠 있는 파트너의 모습이 신기하기만 하다.)
BARD:그러니까, 사람들은 전부 그곳에 밀집되어 있지 않겠어?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건 말도 안 되니까.
그는 당신의 팔을 붙잡고 몸을 이끌기 위해 노력합니다.
계단 위를 다시 올라서려고 하는 순간... 역에 놓인 자판기가 보입니다.
음료가 나오는 입구 틈 사이로, 음료수 하나가 떨어져 있습니다만... 고장이라도 난 걸까요?
문득 그라하가 얘기한 크리쳐와 기계의 상관관계가 떠오릅니다.
WARRIOR:(음료 캔을 주워 챙기고, 자판기의 버튼을 이리저리 눌러 본다. 개폐 장치가 작동하지 않는 것을 확인한 순간, 전자기기에 대해 들었던 내용을 입 밖으로 중얼거렸다.)
......
맞으면 고쳐진댔지.
근력
| 기준치: |
99/49/19 |
| 굴림: |
58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당신의 파트너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당신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WARRIOR:맞으면 고쳐진다며, 네가 아까 그랬잖아.
BARD:진지하게 고민해 본 끝에, 도출된 결과는 이래. 이 자판기보다 네가 문제인 것 같아.
WARRIOR:......너 이리 와, 한 발만 갈기자.
(살벌하게 내뱉는 한편으로 웃음을 보였다. 쥐고 있던 캔을 들어 네 방한복 앞주머니에 넣어 놓는다.)
잘 가지고 있어, 이따 내가 마실 거니까.
BARD:...... (몸을 움츠리고 있다가, 주머니에 미지근한 캔이 들어오자 뾰루퉁한 표정을 풀었다.)
난 네 가방이 아니라고......
그라하에게 건네준 음료수 캔은, 사과맛입니다.
WARRIOR:나보다는 네가 보관하는 게 안전하잖아. ...가다 보면 탈수가 온 생존자가 있을 수도 있고, 잘 챙겨놔.
내가 낼름 마셔버린다고 하려 했는데. 그런 말을 하면 농담도 못 하잖아.
K백화점의 긴급 대피 구역으로 설정된 곳은 주차장입니다.
고층 백화점의 불빛은 멀리서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게 빛나고 있습니다.
그만큼 크리쳐들에게 노출되기 쉬우므로, 조심해서 나쁠 건 없겠죠.
입구의 회전문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다섯 바퀴째 돌던 그라하 티아가 입을 뗍니다.
BARD:곧 크리스마스잖아. 선물 세트를 잔뜩 팔겠네.
아, 물론 우리는 연휴에도 집에 돌아갈 수 없지만!
WARRIOR:(멍청한 꼴을 말리지 않고 물끄러미 구경만 했다. 옆쪽 입구의 미는 문으로 내부에 진입한다.)
크리스마스... ...챙겨본 적이 있나?
BARD:아니. 하지만 챙겨야 할 사람은 있지. (생각에 잠긴 채 계속해서 회전문을 돈다.)
사실 말이야. 나에게 굉장히 소중한 존재가 있어.
무척 똑똑한 녀석들인데... 걔네라면 아마 이 크리쳐 살상 무기에도 어느 정도 기여를 했을걸? 앞으로 다신 태어날 수가 없는 천재들이지.
임무를 마치면 그들에게 선물을 하고 싶어. 이곳에서 구매한 물품에 흥미를 가질지는 모르겠지만... 평범하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그리고 너에게 주는 것도 나쁘지 않지?
WARRIOR:(정확히 열 바퀴를 채웠을 때쯤, 회전문 밖에서 팔짱을 낀 채 기다리고 있다가 네 어깨를 잡아당겨 꺼내온다.)
안쪽에서 살다 온 요원들한테 듣긴 했어. 크리스마스가 되면 그런 식으로 선물을 주고 받는다고.
그 사람들과 친밀한 사이라면... 여기서 뭘 사 가는 것보다는 사지 멀쩡하게 살아나가는 게 더 큰 선물일걸.
나야, 제대로 해 본 적이 없어서 자신은 없지만... 뭘 주든 감사히 받을게. 돌려주기도 해야 하는 건가?
BARD:걱정 마, 안전하게 복귀할 생각이니까. 선물인데 뭘 보상하려고 그래? 이런 건 마음 편히 받는 거야.
그는 평소와 달리 제법 들뜬 얼굴로 말하네요.
백화점 안은 쥐죽은 듯 고요하지만,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은 아이가 기뻐하며 뛰어다니는 모습이 눈에 그려집니다.
WARRIOR:
지능
| 기준치: |
50/25/10 |
| 굴림: |
59 |
| 판정결과: |
실패 |
대가 없이 남에게 값을 지불하고, 그로 인해 양쪽 다 만족감을 얻고 마는...
하지만 연휴나 명절은 평범한 사람에게나 즐거운 일이지, 당신과는 상관없는 이야기잖아요?
두 사람은 빠르게 주차된 차의 내부를 살펴보았으나…….
WARRIOR:
운
| 기준치: |
60/30/12 |
| 굴림: |
24 |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늘 사람이 많은 곳이긴 합니다만, 당신에게는 이곳에 올 기회가 별로 없었겠네요.
중앙에 놓인 높다랗게 선 나무를 바라볼 때였습니다.
온갖 상표를 달고 있는 가게를 보던 끝에, 통유리 너머로 통조림 하나가 보입니다.
BARD:메테오, 저거... 먹을 수 있지 않을까? 내가 가져올게.
어느 정도 탐색이 끝나자, 그라하는 다시 지도를 꺼냅니다.
그는 긴급 대피 구역을 하나씩 짚으며 의문을 꺼냅니다.
알잖아, 긴급 대피 구역은 사람들이 모이기 쉬운 장소로, 반대로 크리쳐는 진입하기 어려운 곳을 꼽는다는 걸.
그런데도... 어째서 크리쳐만 보이는 거야? ...뭔가 예상 가는 바 없어?
WARRIOR:(토마토 수프... 갑자기 허기가 도지는 것 같다. 멍하니 통조림을 보다가 정신을 차렸다.)
피난 구역까지 가는 길목을 크리쳐들이 막고 있었거나... 여의치 않을 사정이 있어서 사람들이 흩어졌다거나.
그런데 대로변에는 크리쳐가 거의 보이지 않았어. ...우리가 이동하는 동안에도 습격은 없었고.
아무래도 상부에서 잘못된 정보를 준 것 같다. 겨울에는 기후 때문에라도 주파수에 잡음이 잡히기도 하니까.
BARD:그런가, 일리 있어. 여태 상부가 지령을 내리면서 실수를 한 적은 없었지만... 그러지 않을 거라는 보장은 없지.
하지만 말이야. '상부의 실수'로 치부하더라도 이상한 점이 너무 많아. 크리쳐들이 한 장소에 너무 많이 모여 있는 것도 그렇고.
본래 크리쳐는 너와 달리 지능이 없기 마련이거든. 그래서 애초에 안전지대가 생기고 나서는, 크리쳐들이 도시를 통째로 장악할 정도로 큰 피해를 본 적은 없었어.
무리를 이끄는 통솔력 있는 리더가 있다면 몰라도. (눈을 굴리며 그를 상하로 길게 훑어본다.)
불가능한 건 아닌가. 네가 있다는 건... 진화한 크리쳐가 있다는 거겠지?
WARRIOR:...지능을 얻은 크리쳐가 놈들 사이에 있을 수도 있겠군. 그래, 불가능하진 않아.
처음부터 자연적으로 발생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지. 네가 지금 보고 있는 것처럼.
BARD:.... (그에게서 시선을 내려 지도를 바라본다. 연구소를 말하는 건가.)
시민들을 해하는 크리쳐를 만들 리가 없을 텐데. (좀 더 꼼꼼히 살펴볼까. 여태 지나왔던 장소들, 깊게 분석해 본다면... 무언가가 떠오를지도 몰라...)
WARRIOR:
듣기
| 기준치: |
75/37/15 |
| 굴림: |
60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아주 미약하고, 끊어질 것처럼 가늘고 얇은 소리지만 이명은 아닙니다.
그라하는 듣지 못한 듯 여전히 지도에 집중한 표정입니다.
어쩌면 생존자가 보내는 구조신호일 수도 있겠네요.
신호를 확인해 봐, 생존자일 수도 있어.
BARD:알았어. (재빨리 상황을 파악한 뒤, 무전기를 들었으나 별다른 조짐은 없었다.)
(고개를 올려 그를 보며 고개를 젓는다.) 무슨 소리를 말하는 건데?
WARRIOR:(옅은 소리에 청각을 집중하며 입가에 검지를 가져다 댔다. 크리쳐의 소음은 아닌 듯한데, 구조신호도 아니라면... 무슨 소리지?)
BARD:(그의 제스쳐를 본 후 숨을 죽인다. 귀를 열어 집중하지만, 역시 이쪽에서 들려오는 건 없다.)
(조용히 속삭이며 말문을 연다.) 안내해.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이 소리는, 백화점의 외부로부터 이어지고 있습니다.
어째서인지 그라하는 전혀 듣지 못하는 것 같네요.
WARRIOR:(인간에게는 들리지 않는 건가. 군사 시설도 없는 민간 지역에서... 아무 이유도 없이 초음파가 들릴 리 없다. 눈살을 찌푸리며 백화점의 입구를 박차고 나왔다. 낌새가 좋지 않아.)
메테오와 그라하 티아, 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앞서 나갑니다.
BGM
당신과 그라하가 도착한 곳은 빈 공터이며, 공교롭게도 소리는 더 들리지 않습니다.
거짓말처럼 끊겨버린 신호에 그라하가 의문을 품고 총을 고쳐잡습니다.
BARD:신호를 보내던 사람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건가. 아니면, 역시 함정인가...?
그라하 티아?:이럴 수가, 여태 어디 있었어?
또 다른 그라하 티아가 저 너머에서 걸어 나옵니다.
그는 당신의 옆에 있는 동료를 보고 사색이 되어 이렇게 말합니다.
그라하 티아?:이봐, 도망쳐! 그 녀석은 가짜야!
그 말을 들은 그라하, 그러니까 여태까지 당신 곁에 있었을, 의 표정이 해괴해집니다.
아니, 내가 가짜라고? 어디서 튀어나왔는지 모를 녀석이... 뭐라는 거야!
그라하 티아?:저 녀석이 내 장비를 훔쳐서 달아났다고!
BARD:기가 막혀서! 어린 애도 그런 거짓말에 안 속겠다!
그라하 티아?:절대 속지 마, 널 속이고 외진 곳에 데려가 살해하려는 속셈이라고.
BARD:인류 최강인 나를 감히 누가 습격해?
아니, 이럴 시간이 아닙니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요?
WARRIOR:(입을 다물지 못하고 눈앞의 둘을 번갈아 본다. 한 명도 피곤해 죽겠는데, 둘이나 상대하라고?)
BARD:(그가 저쪽을 바라보는 걸 확인한 뒤, 눈가를 찌푸리고 입을 열었다.) 너... 설마 고민하고 있는 거야?
그라하 티아?:잘도 내 흉내를 내고 다녔잖아...! 그 결과물은 칭찬해 줄게!
WARRIOR:당연히 고민하지, 잘못 고르면 민간인을 해친 값으로 내 목까지 날아가는데.
(같은 얼굴이 둘. 보나마나 크리쳐의 짓이다. 생체형, 그중에서도 인간의 형태를 흉내낼 수 있는 제법의 상급의 크리쳐...)
BARD:어딜 봐도 저 녀석은 민간인이 아니라고. (투덜대며 입술을 비죽인다.)
WARRIOR:내 입장에서 평범한 인간은 전부 민간인이야. (이걸 쏴서 확인해 볼 수도 없고, 입술을 씹으며 둘을 번갈아 본다. 상식적으로는 나중에 나타난 놈이 가짜라고 보는 게 맞겠지만...)
그라하 티아?:자꾸 초조하게 만들지 마...! 위험하다니까!
WARRIOR:(임무에 투입된 직후 이 녀석과 떨어진 적은 없었고... 장비까지 훔쳐서 달아나는 꼴을 내가 놓쳤을 리가 없는데.)
인류 최강도 습격을 당할 수는 있지.
옆에 최강의 크리쳐가 붙어 있지만 않다면. (던지듯이 말을 뱉어놓는다. 새로 나타난 녀석에게 장전된 총구를 들이밀며 위협했다.)
다른 누구도 아닌 그라하 티아를 헷갈릴 리가 없잖아요.
진짜 그라하를 짚어내자, 가짜 쪽은 말없이 당신을 바라봅니다.
찰나의 순간이 흐른 뒤, ‘그라하 티아’의 형태를 가지고 있던 크리쳐의 얼굴이 순식간에 녹아내리며 길쭉한 팔을 휘두릅니다.
그 타격을 미처 피하지 못하고 고스란히 맞은 그라하가 반쯤 날아갑니다.
당신이 공격하기 위해 자세를 고치던 그때, 크리쳐가 당신의 방향으로 몸을 돌립니다.
크리쳐는 어째서인지 공격하지 않으며, 흐물흐물 반쯤 녹은 입으로 무언가 말하고 싶은 듯 우물거립니다.
당신이 얼떨떨하게 서 있는 사이, 그는 천천히 팔(로 추정되는 것)을 뻗어 당신의 양어깨를 움켜쥡니다.
■□■D:어떻게든 도움을 청하고 싶어서 신호를 보낸 거야.
크리쳐의 몸이면 공격당할 테니까.
이런 미세한 소리를 잡아낼 수 있었다는 건... 역시 WARRIOR, 네가 인간처럼 살고 있다는 크리쳐지? 널 여태 찾았어.
최강의 인류라고 불리는 두 사람 중 한쪽이 크리쳐라는 건 도시 괴담처럼 돌아서 알고 있어.
너도 크리쳐잖아, 부탁이 있어.
제발, 나 좀 살려줘. 나도 사람처럼 살 수 있어. 응?
여태껏 단 한 번도, 크리쳐가 의사소통을 시도해온 적이 없었습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요? 혼란스러운 상황입니다.
WARRIOR:
SAN Roll
| 기준치: |
70/35/14 |
| 굴림: |
94 |
| 판정결과: |
실패 |
WARRIOR:...너... ...단순히 그라하의 흉내를 내려던 게 아닌 건가?
(믿을 수 없는 것을 보았다는 눈으로, 믿고 싶지 않은 것을 보았다는 눈으로, 흘러내리고 있는 눈앞의 생명체를 노려보았다.)
(돌연변이 개체의 가능성, 인지하지 못했던 것은 아니다. 지성이 있는 개체가 등장하여 크리쳐 무리를 통솔할 우려가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어. 하지만...)
(그게 이런 식으로 구조를 요구할 것이라고는...)
■□■D:아, 아아...! 드디어 날 알아봐 주는구나....!
그래, 맞아! 난... 살고 싶어. 너네처럼 아무 걱정 없이 살고 싶다고! 이런 끔찍한 환경 속에서, 나는 더 이상....
공교롭게도 그의 말은 길게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익숙한 파열음과 함께, 크리쳐는 더 말할 수 없는 몸이 되어버렸기 때문이죠.
너덜너덜한 머리는 축 늘어지며 당신의 손에서 빠져나와 바닥에 엎어집니다.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리자 이마가 찢어진 그라하 티아가 흉흉한 표정으로 총구를 내립니다.
조금 전 공격으로 인해 어딘가에 머리를 부딪친 모양입니다.
BARD:아, 진짜... ...너, 그걸 왜 들어주고 있어!
(어지러워지기 시작한 머리를 손바닥으로 몇 번 두드린다. 고개를 흔들어 어떻게든 머리를 비우고, 평정을 가장하며 심호흡을 했다.)
신세를 졌어.
(몇 걸음 다가간다. 피범벅이 된 앞머리를 들춰내고 상처를 확인했다. 바로 꿰매야 할 정도는 아니네.)
잠깐 있어봐.... (쪼그리고 앉더니 메고 있던 가방에서 소독약과 붕대를 꺼냈다. 크리쳐의 살점이 튄 뺨과 환부를 거즈로 닦아내고, 익숙한 솜씨로 붕대를 둘러주었다.)
WARRIOR:
응급처치
| 기준치: |
75/37/15 |
| 굴림: |
1 |
| 판정결과: |
대성공 |
숨을 헐떡이던 그가 조금은 진정이 된 것 같군요.
당신이 파트너를 챙겨준 덕분에, 짧은 기간 내로 그는 회복을 마칠 겁니다.
한결 낫네. 직전까지의 일이 신경에 거슬렀는데... 넘어가 줄게.
걱정하지 마. 그 녀석은 너를 현혹하려고 했을 뿐이야. 협상은 그렇게 하는 게 아니라는 걸 알았으면 더 나았을 텐데.
WARRIOR:그건 협상이 아니었어. (애원이었지. 뒷말을 삼키고 바닥에 흩어진 크리쳐의 잔해를 보았다.)
(언제든 이놈과 같은 꼴을 맞을 수 있다. 착잡함을 감추려 고개를 떨군 채, 바닥을 밟고 있던 발로 머리가 있던 부분에 흙을 덮어놓는다.)
(느린 걸음으로 옆자리에 선다.)
그라하 티아가 먼지를 대충 닦아내며 조금 전까지 넘어져 있던 바닥을 가리킵니다.
빼곡하게 타일로 채워져 있으나, 그가 가리키는 곳의 타일만 다른 칸과 재질이 다릅니다.
대피 구역이 전부 크리쳐에게 점령되어 어쩔 수 없이 이곳에 숨어있었군요.
쓰러진 와중에 바로 재질 차의 이상함을 알아차리다니, 역시 당신의 동료입니다.
BARD:...헤헤, 어때, 이번 건 정말 칭찬 받을 만하지?
네가 노닥거리고 있을 시간에 찾은 거야.
구해진 사람들이 두 사람에게 계속해서 감사를 표합니다.
WARRIOR:노닥거린 거 아니거든. 네가 엎어져서 일어날 생각을 안 하길래 시간 때운 거라고. (칭찬을 바라듯 늘어지는 귀를 손바닥으로 쓸었다.)
(감사를 말하는 이들을 향해 자연스럽게 웃어 보인다. 상태가 좋지 않은 이들을 우선 부축하여 올려보냈다.)
아이를 데리고 있는 부부: 말로만 듣던 분들을 만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모자를 쓰고 있는 여자: 아아, 신이시여…….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생존자들은 바깥 공기를 마시며 얼싸안고 눈물을 흘립니다.
'최강의 인류'라고 불리는 메테오와 그라하를 신기한 듯 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사진까지만 찍어 줘도 되나? 내밀어진 펜을 받아 휘갈기듯 이름을 남기고, 난감한 듯이 옆을 쳐다본다.)
BARD:......죄송하지만, 사인도 사진도 곤란합니다.
그는...... 당신을 노려보며 종이를 훽 뺏어듭니다.
우린 연예인이 아니라고! 귓가에 들려오는 목소리는 그랬습니다.
WARRIOR:이 정도는 괜찮잖아. 애도 있는데.
BARD:하지만... 네가 제일 곤란한 처지 아니야? 앞으로가 편하려면 어쩔 수 없단 말이야. 누, 누군 찍히고 싶지 않아서 그러나...!
좋지 않을 뿐만 아니라 경악에 물든 것 같아, 민망할 지경입니다.
덩달아 이쪽을 보기 시작하는 사람들의 표정 역시 최악이네요.
그래요, 벙커 안에만 있기 힘들었겠죠. 전부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들의 고통을 생각하니 당신의 마음까지 덩달아 쓰라려 오는 것 같습니다.
WARRIOR:저것 봐, 거절하니까 다들 무안해하잖아.
BARD:...무안해하는 거 맞지? 그렇더라도 어쩔 수 없다구...
그라하는 역시 종종 당신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네요.
그들의 형편을 고려하면 역시, 다시 한 번 마음이 덩달아 쓰라려 오는...
울컥, 하고 혈액 덩어리를 뱉은 메테오는 그제야 '뾰족한 무언가'가 가슴을 관통했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아, 핵을 맞지 않은 상급 크리쳐의 숨이 붙어있었군요.
간신히 고개를 돌린 당신은 원망스러운 듯 자신을 바라보는 크리쳐의 형형한 두 눈과 마주합니다.
불타는 듯한 통증과 함께 당신의 의식이 멀어집니다.
그래도 생존자들을 구출한 후에 죽어서 다행이에요.
임무의 절반은 성공했으니, 당신이 아주 잠깐 쉬는 것 정도는 용서해주겠죠.
풀린 눈으로 쓰러지는 메테오를 그라하 티아가 받아냅니다.
자연스럽게 몸을 일으키려던 당신은 찌릿한 통증에 힘을 잃고 도로 누워버립니다.
가슴 부근이 숨을 쉴 때마다 칼로 살을 저미는 것처럼 고통스럽습니다.
소생 후의 컨디션은 최고조여야 하는데,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요?
당신은 자신의 상처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WARRIOR:
SAN Roll
| 기준치: |
69/34/13 |
| 굴림: |
40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WARRIOR:(...허억. 몇 번을 겪어도 익숙해지지 않는 고통에 전신을 비틀었다. 몸이 일으켜지지 않을 정도의 충격은 오랜만이다. 의식이 돌아온 것을 보면 소생 자체에는 문제가 없었던 듯한데...)
(마지막으로 보았던 표정. 나를 받아내던 너의 절망적인 눈동자. 그래, 익숙해지지 않겠지. 제아무리 크리쳐라고는 해도 눈앞에서 사람의 형체가 죽는 일인데.)
(채 일으켜지지 않는 몸을 허우적거린다. 목이 막히는 것 같고... 식도에 걸린 핏덩이가 울컥일 때마다 혀뿌리에서 쇠맛이 났다. 마른침을 삼키고 몇 번 컥컥거렸다. 그보다... 생존자들은 어떻게 됐지?)
낯선 천장을 보며 상황을 파악해보지만, 이곳은 당신이 모르는 사람의 방입니다.
머리맡에 있는 귀여운 곰 인형이 당신의 것이 아니라면 말이죠.
어두컴컴한 창문 너머로 푸른 조명이 넘어오는 것을 보니, 일단 당신은 여전히 A시 안에 있는 것 같습니다.
그라하가 죽은 당신을 길바닥에 둘 수 없어 적당한 민가 안으로 들어온 것 같네요.
거실에서 인기척이 느껴집니다. 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WARRIOR:(성대를 울려도 아무 소리가 나지 않는다. 완전히 맛이 갔군, 최강의 타이틀이 울고 가겠어.)
(내 것도 아닌 물건을 함부로 부술 수도 없고...! 눈을 이리저리 굴리다가, 머리맡의 곰인형을 발견하고는 복도 방향으로 콱, 집어던진다.)
머리에 붕대를 감은 그라하 티아가 무전기를 들고 들어옵니다.
그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누워 있는 당신에게 다가옵니다.
WARRIOR:
관찰력
| 기준치: |
75/37/15 |
| 굴림: |
77 |
| 판정결과: |
실패 |
WARRIOR:(아깝잖아... 쓸모도 없는 행운, 던져서 깎아버린다.)
활기차던 평소의 그보다 조금 더 굼뜨고 불편해 보이네요.
단순히 머리를 다쳐서 그렇다기엔 더 아픈 곳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라하는 당신의 상처를 살피며 이렇게 말합니다.
BARD:너, 3일 동안 깨어나지 않았다고... 정말 잘못된 줄 알았어...!!
(겨우 만들어낸 소리로 콜록거린다. 쇳바닥 긁듯이 쩍쩍 갈라지는 음성으로 이어서 중얼거렸다. 그 크리쳐, 전투 능력은 그렇게 높지 않아 보였는데...)
당신의 동료는 화들짝 놀라 고개를 끄덕입니다.
다시 복도로 나가서, 몇 초 지나지 않아 잔을 손에 들고 옵니다.
과연, 순발력이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하네요.
BARD:자, 어서 마셔. 젠장, 일어나서 다행이야....
WARRIOR:(수분이 들어가자 한결 안색이 밝아졌다.) 가끔 네가 인간 맞나 싶을 때가 있어.
그러게 대뜸 공격부터 하면 어떡하냐. 지성을 가진 녀석이었는데. 핵 위치가 다를 수도 있다는 생각을... 컥, 하아... 했어야지.
BARD:하지만... 그 녀석이 너를 공격한 거잖아!
나는 말이야. 걔가 크리쳐든 인간이든, 3일 전처럼 총을 사용했을 거야.
모르겠어? 넌 위험에 처해 있었다고. 아직도 답답한 소리나 하고.
WARRIOR:공격을 당한 건 너였고, 나는 대화 중이었다. ...너는 심한 부상도 아니었고, 그 녀석은 우리에게 구조를 요청해왔어. 이런 식으로 일을 키우지 않을 수도 있었다는 뜻이야.
......생존자들은? 무사했겠지?
BARD:...나 참. 그야 네가 허튼 생각을 하는 것 같으니까...
생존자들은 헬기에 태워 보냈어.
구조를 마쳤으니, 2순위 사항인 크리쳐 제거로 임무가 넘어간 것 같아.
다만 3일이나 지난 지금... 현재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크리쳐가 증식해버렸어.
WARRIOR:허튼 생각이 아니지. 그 녀석과 대화가 가능했다면, 사람들 앞에서 내가 쓰러지는 꼴을 구경시키지 않아도 되었잖아. (신경질적으로 내뱉고는 이불을 거둬냈다. 소생 직후의 이질적인 통증에, 그렇지 않아도 예민해져 있던 신경이 쿡쿡 찔리는 것 같다.)
(이불을 들추자 드러나는 핏자국에 잠시 눈길을 주었다. ...네 행동이 평소와 다르게 느껴지는 건 이것 때문인가.)
난 크리쳐랑 인간이 공존하더라도 상관없어. 다만, 그 녀석은 지나치게 불안정한 상태였다. 총을 쏠 만하다고 판단했지.
생각해 봐. 네가 동족을 봐서 구분을 잘 못하는 거 아니야?
거절 당했다고 남의 몸통을 뚫어버리는 사람... 아니, 크리쳐는 이상해.
...애당초 나를 공격하던가.
WARRIOR:...의사가 있고, 도움을 요청하는 녀석이었어. 정말 모르겠나? 내가 크리쳐라는 걸 알면서 그 녀석은 네가 아닌 나를 노렸다고.
(마시다 만 물컵을 협탁 위에 쾅, 올려두었다. 네 말대로 동족을 봐서 감정적이 되었나. 그럴지도 모르지. 그러나 치밀어오르는 먹먹함의 덩어리를 참을 수가 없다. 불안정한 상태? 그 판단조차 인간인 너의 잣대로 내린 것 아닌가.)
남의 몸통을 뚫어버리는 게 최우선 임무인 네가 할 말은 아니지. 그건 연민과 시기, 고통을 느끼고, 생존 욕구와 지성을 갖춘 특이 개체였어.
한 번만 잘못 맞아도 비명횡사할 네가 그런 개체를 마주하고도, 이렇게 살아있는 이유가 뭐겠어? 그 녀석은 어떤 이유에서든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나를 원망해서였건, 너를 연민해서였건. 그렇게 성급하게 쏘아버려도 될 놈이 아니었다고.
한 대 칠... 기세인가 싶었지만, 도로 손가락을 풀고 맙니다.
BARD:...됐어. 그 자식, 내가 다시 죽여버렸으니까.
나는 강해서 살아남은 거야. 배려 받은 적 없어. (컵 안에서 잔잔하게 흔들리는 물결을 바라본다. 깊게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돌린 채 눈을 감아버린다.)
비명횡사해서 여기 누워 있는 사람이 할 말은 아니지. 자, 꾀병 부리지 말고 어서 일어나! 그리고 난 잘못 없어! 똑같은 상황이 와도 또 그럴 거다!
WARRIOR:...꾀병이 아니라... ... ... (상태를 보고해야 하나. 잠시 고민에 잠겼다. 저번 소생 이후로 이번 소생에서도 문제가 생긴 건 맞는 모양이지만, 지금으로서는 무엇 하나 털어놓고 싶지 않다,)
물 한 잔 더 갖다 줘. 최강인 네게는 일도 아니지?
물을 가져오는 것도 어쩌면 훈련의 일종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미지근한 물을 건네면서, 그는 헛기침을 하며 목을 가다듬습니다.
잘 들어.
WARRIOR:(목을 축이며 표정을 고쳤다.) 한 번밖에 안 말할 거니까?
BARD:제대로 알고 있네. 중요한 거니까 번복할 시간 없어.
며칠간 크리쳐의 수가 급증했다고 했지? 우리 둘의 힘으로도 이론적으로는 전부를 처치하는 데에 문제가 있어.
현재 상부에서는 A시를 포기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안전지대 내부로 크리쳐가 진입하는 것을 막기 위해... 크리쳐와 함께 A시를 폭파할 예정이래.
그러니 우린 신속히 빠져나가면 되는 거지.
WARRIOR:...여기서 살아 나가기만 하면 된다는 거군.
(멍한 눈으로 창 밖을 바라보면 평범한 주택가였다. 벙커가 있던 곳에서부터 여기까지, 뒤치다꺼리를 맡아 주어서 고맙다고 해야 하는데, 빌어먹을 자존심 탓인지 도저히 입술이 떨어지지를 않는다.)
(크리쳐에게도 자존심이 있다고, 네게 말해봐야 비웃음을 살 뿐이겠지만....)
폭파 일정은 언제인데?
BARD:그게... 시를 날릴 규모의 폭탄이 실린 헬기가 지금 오고 있어.
WARRIOR:지금? (뜨악, 한 표정을 지었다가 곧장 옷을 챙겨입기 시작한다.)
BARD:잠깐... 무... 문제가 있어! 아까 막 구조 요청 신호가 왔단 말이야!
위치는 X 제약 회사고... 하아, 기상 악화로 무전이 어렵네. 아무래도 폭격 지연 요청은 무리인가...
너를 두고 갈 수는 없으니까, 어쩔 수 없이 구조를 포기하려 했는데. 잘됐어, 넌 부상이 심하니 먼저 빠져나가.
WARRIOR:그딴 소리나 할거면 이대로 한 번 더 쏴서 리셋이나 시켜줘.
이런 일이 있을까봐 탄약은 넉넉하게 챙겨왔지. 너도 알 때가 됐잖아. 내 부상은 작전 진행에 아무 변수도 아니야. 여태 그런 적 없었고, 앞으로도 그렇겠지.
...나야말로 혼자 돌아가면, 그래, 감히 귀중하신 최강의 인류를 작전지에 팽개치고 왔다고 며칠은 굶어야 해.
이젠 그게 죽기보다 싫다. (입매를 비틀어 웃었다. 농담 아냐.)
BARD:...됐거든? 혼자 간다니까. 멋지게 구해서 돌아오면 될 거 아니야.
WARRIOR:쏠 생각 없으면 저기 곰돌이나 챙겨라. 세게 안 던졌으니까... ...돌아가서 네 소중한 사람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주든지. (듣는 둥 마는 둥 하며 피가 말라붙은 겉옷 조끼를 고쳐 입는다.)
곰돌이도 됐어, 놀리지 마! (옷을 입는 모습을 보며 얼굴을 쓸어내린다. 무슨 말을 하더라도 따라오겠다, 이거지...)
당신이 그라하를 따라가겠다는 의지를 보이자, 그는 곤란한 표정으로 잠시 당신을 바라보다 고개를 끄덕입니다.
BARD:어쩔 수 없지, 그럼 서두르자. 앞으로 1시간 내로 A시를 빠져나가야 하니까.
WARRIOR:(군화 끈을 매고, 벽에 세워 두었던 총기를 가슴에 둘렀다.) 너한테 걱정 받으면 기분이 이상한 거 알아?
이 밖에 크리쳐가 수백 마리 있다 치자, 그래봐야 이 도시 안에서 내게 가장 위협적인 존재는 너거든.
그런 분께 걱정을 다 받으니 황송하군. ...가자.
BARD:...동료를 걱정하는 건 자연스러운 거라고...
그, 그런가...?
WARRIOR:(실없이 웃음을 터뜨린다. 그래, 걸핏하면 배에 바람구멍을 내 놓긴 해도, 이만큼 싸고 돌았으면 동료 사이지. 총기의 개머리판을 세워 복부를 눌러보고는 치닫는 통증의 세기로 몸 상태를 가늠했다.)
걱정 안 해도 돼. 수복이 멈춘 건 아니니까.
BARD:다행이야. 하지 말라고 해도... 뭐, 어쩔 수가 없네.
걱정이 되는 건 말이야.
그렇게, 둘은 이 공간을 나서기로 결정합니다.
곰돌이 인형은... 가져가지는 않는 것 같군요.
AOC 일원이 곰돌이를 달고 다니는 모습이 보이면, 어지간히 충격적이긴 하겠죠.
분명 당신이 대로를 살폈을 때는, 이렇게까지 앞길을 막는 자들이 없었던 것 같은데요...
놀랍게도, 이 거리는 크리쳐들이 바글바글합니다!
긴박한 지금 상태로는, 전부를 물리칠 수도 없겠어요.
WARRIOR:...겨우 3일 동안 이만큼 늘어날 수도 있나?
BARD:알 수가 없네. 하필 이런 상황에서...!
그렇습니다. 정말 이상할 정도로 많은 크리쳐들과 대적해야 할 겁니다.
둘이서 불만을 토로하고 있을 때, 시야에 빛이 닿습니다.
날카로운 가시가 도시의 빛을 반사해 번쩍이는 크리쳐들의 수는... 총
26마리.
제약회사까지 얼마 남지 않았어요, 바로 전투를 개시합니다!
BGM
순서는 그라하 티아, 메테오, 크리쳐 순입니다.
몸이 지쳐 있는 탓에 특성치가 본래의 것으로 돌아갑니다.
WARRIOR:수가 너무 많아. 전부 죽이겠다는 생각으로는 안 돼, 빗맞은 놈들은 무시하고 달리자.
BARD:몰라! 간다, 지원사격 부탁해! (양손으로 총을 거머쥐고, 과녁을 조준하여 한쪽 눈을 감는다. 그대로... 빵!)
대 크리쳐 살상탄
| 기준치: |
85/42/17 |
| 고장: |
- |
| 굴림: |
69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 피해: |
10 |
WARRIOR:(파도처럼 밀려드는 가시들을 군화로 걷어차고, 으스러트리는 파열음을 내며 크리쳐의 틈을 뚫고 달린다. 반동에 총알이 휘어지지 않도록 총열을 단단히 받치고 네가 쏘지 않은 편을 향해 가늠자를 두었다.)
대 크리쳐 살상탄
| 기준치: |
90/45/18 |
| 고장: |
- |
| 굴림: |
43 |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 피해: |
8 |
...젠장, 몸이 이상하게 말을 안 듣는데...
미안하게 됐다! (앞서 달리는 너를 향해 목청껏 외친다. 크리쳐인 자신의 몸이야 아무리 찢겨나가도 수복이 될 테지만... 저 녀석은 아니잖아!)
남동, 4시 방향, 8마리!!
- 굉음과 함께 당신의 탄환이 크리쳐의 몸통을 꿰뚫습니다.
육편이 된 8마리의 크리쳐가 너덜너덜해져 땅에 떨어집니다.
앞서 나간 그를 보면, 정확히 10번째 크리쳐를 타격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 처리된 시체에 눈이 팔려 잠시 가만히 있던 끝에... 뒤쪽으로 남은 8마리의 크리쳐가 눈에 띕니다.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파악한 그들이 꽁무니를 빼기 시작합니다.
금속형 크리쳐:
민첩
| 기준치: |
30/15/6 |
| 굴림: |
22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아차, 도주로를 차단하지 못한 탓에, 8마리의 크리쳐가 도망가기 시작합니다!
WARRIOR:BARD, 북서 11시, 도주하는 놈들을 잡아!!!
BARD:큭, 여기선 소용 없어, 녀석들이 너무 빨라...!!
그의 말대로입니다. 그들은 재빠르게 자취를 감추고 맙니다.
구태여... 이런 상황에서 뒤를 쫓을 필요도 없겠죠?
아, 클리셰 SF 세계관에서 이런 말은 금기로 정해져 있던가요?
베테랑인 메테오와 그라하 티아. 깨닫습니다. 아직은 방심할 수 없다고.
도망갔던 녀석들이 동료를 끌고 온 모양입니다.
WARRIOR:......그래서 잡으라고 했잖아!!!
(저 망할 놈! 동료는 빌어처먹을, 꼭 귀여워질 만하면 이런 대형 사고나 치고, 사람 말을, 아니, 크리쳐 말이라도 좀 들으면 어디 가시라도 돋나...!)
(인상이 험악하게 구겨진다. 열기가 가시지 않은 덮개를 조끼 앞자락으로 문질렀다. 이런 식으로 기름을 부어봤자 위험해지기만 하는 건 너라고, 대체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들을 거야?!)
BARD:으, 윽! 미안해! 하지만... 마, 말다툼을 할 때가 아니라고!
이젠 정말 제대로 사살할 테니까!
원뿔 형태를 한 크리쳐
13마리가 불온한 분위기를 풍기며 다가옵니다.
가시에 갈려 너덜너덜해진 차가운 시멘트 바닥을 보고 있으면,
뒤쪽으로는 무시할 수 없는 악취가 풍겨온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울컥 산성 액을 토하고 있는 크리쳐
16마리가 배후를 노립니다.
총 29마리, 다시 한 번 전투가 개시됩니다.
BARD:(그에게 이런 부족한 꼴만 보일 수는 없어...! 어떻게 얻어낸 인정인데, 분위기 흐리지 말고 제대로 좀 해, 그라하 티아! 총구를 겨눈 채 손바닥으로 몸통을 고정한다.)
대 크리쳐 살상탄
| 기준치: |
85/42/17 |
| 고장: |
- |
| 굴림: |
22 |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 피해: |
20 |
WARRIOR:(반동으로 나부끼는 붉은 머리카락에 족히 수 초는 시선을 빼앗겨 있었다. 뒤를 포위하고 있던 크리쳐 무리가 도화선을 이어놓은 폭죽처럼 일제히 터져나가는 풍경을 보면서 헛웃음을 터뜨린다.)
할 거면 한 번에 잘하란 말이야. 사람 놀라게 하지 말고....
대 크리쳐 살상탄
| 기준치: |
90/45/18 |
| 고장: |
- |
| 굴림: |
36 |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 피해: |
7 |
(아니, 사람이 아니라 크리쳐, 한 박자 느리게 정정하며 정면을 보지도 않은 채 방아쇠를 당겼다.)
그라하 티아의 사격에 이어 총알이 날아갑니다.
그대로 27마리의 크리쳐가 팡, 전부 동시에 몸통을 터뜨리고 맙니다.
핵을 잃은 크리쳐들은 더 이상 우리의 방해가 되지 않습니다.
최강의 인류(혹은 크리쳐)에 걸맞는 사격 솜씨를 지켜보는 일은 크리쳐들에게도 영광이라고 할 수 있겠죠.
웬만한 사람들은 쉽게 가질 수 없는 경험입니다.
2마리의 크리쳐들이 흩어지는 동료들을 보며 몸을 웅크립니다.
역시나, 이번에도 수가 적어져 재빠르게 도망가려 하는군요.
민첩
| 기준치: |
30/15/6 |
| 굴림: |
27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BARD:...메테오, 아, 아니... 워... 워리어? 서두르자!
저놈들이 뭔갈 끌고 오기 전에 회사를 향해 달리자고!
WARRIOR:(혀를 차고는 총기를 세로로 고쳐잡았다. 깔끔하게 트인 대로의 시멘트는 밟을 때마다 질퍽이는 소리가 났다.)
(조금 전 놓쳐버린 두 마리, 중앙을 제대로 조준했더라면 잡을 수 있었을 텐데... 마지막 순간 집중력을 잃어버린 스스로가 당황스럽다. 설마, 망설이기라도 한 건가?)
(그럴 리가 없어. 이제껏 무수히 많은 크리쳐들을 사살해 온 몸이다. 이제 와서 죄책감 따위 느낄 수 있을 리가. 인간도 아닌 주제에, 인두겁을 쓰고 있다고 별 우스운 착각을 다 하는군.)
더 따라오는 낌새는 없어. 제대로 앞이나 보고 달려!
BARD:걱정 마, 내가 너보다 더 빠를걸...! 아픈 곳이나 잘 살피지 그래!
(머리를 감고 있는 붕대를 검지로 톡톡 두드려 보인다.) 다리가 다친 게 아니라서 말이지. 전부를 죽이지 못한 게 아쉽긴 하지만, 생존자 구조가 우선이야. 가자!
대화를 나누는 과정 중에서도, 그라하의 무전기에서 구조 신호가 계속 울립니다.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이 있어요! 빨리 가야만 해요!
최강의 인류란 인류를 위해 존재하는 거니까요!
최강의 크리쳐란 인류를 위해 존재하는 거니까요!
눈이 시릴 정도로 빛이 나고 있는 밤의 도시를 달리면...
한 가지 문제가 있다면, 정문의 입구 앞에 불청객이 있다는 거네요.
더러운 액체를 뚝뚝 흘리고 있는, 생체형 크리쳐
24 마리를 조우한 기분은 어떤가요?
녀석들은 문앞에 찰싹 달라 붙어선... 아무래도 그냥 보내주지는 않을 것 같죠?
그렇다면 이쪽에서도 똑같은 방식으로 대우해 줄 수밖에요!
(스물 넷, 여전히 수가 많다. ...그런 용도는 아니었지만, 탄약을 넉넉하게 챙겨오길 잘했군.) 정면에 열, 좌우로 일곱씩. 열 마리 먼저 간다.
BARD:모조리 쏴버리면 되는 거 아니야? 됐으니까 등 좀 빌려줘. (훌쩍 점프한 뒤 그의 등을 군화로 밟는다. 공중으로 솟아오른 채 시야를 넓히고, 그들을 사격한다.)
대 크리쳐 살상탄
| 기준치: |
85/42/17 |
| 고장: |
- |
| 굴림: |
89 |
| 판정결과: |
실패 |
| 피해: |
11 |
WARRIOR:넌 이게 재밌어 죽겠지, 아주!!!
(목숨 하나짜리, 터지면 끝. 무르다 못해 물컹하기 그지없는 애송이를 엄호해야 하는 내 입장도 제발 고려해. 답지 않게 투덜거리며 총신을 붙들었다.)
대 크리쳐 살상탄
| 기준치: |
90/45/18 |
| 고장: |
- |
| 굴림: |
75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 피해: |
12 |
(입구를 가로막은 크리쳐 떼, 그 중앙에 총구를 향하도록 하고 방아쇠를 당겼다. 거센 격발음, 살점이 후두둑 터져 나가는 소음과 함께 정면의 크리쳐를 싸그리 쓸어놓는다.)
(동시에 엎어지는 파트너를 받아들고, 드러난 급소를 자신의 몸으로 가리도록 했다.)
불필요한 탄환들이 바닥에 쩔그렁 흩뿌려집니다.
손가락을 재빠르게 움직이더라도 총의 화력은 줄어들지를 않습니다.
파트너를 엄호하면서도 정확하게 몸통을 맞추고 맙니다.
고체화와 액체화를 반복하며 뒤로 물러나려고 하는군요.
민첩
| 기준치: |
30/15/6 |
| 굴림: |
63 |
| 판정결과: |
실패 |
BARD:(그의 허리를 여전히 밟은 채로, 놓치지 않겠다는 시선으로 다시 한 번 총을 든다. 찰칵, 발사.)
대 크리쳐 살상탄
| 기준치: |
85/42/17 |
| 고장: |
- |
| 굴림: |
100 |
| 판정결과: |
대실패 |
| 피해: |
16 |
그라하 티아는 총알이 나가지 않자 꼬리털을 부풀립니다.
메테오, 다음은 보너스 다이스를 굴리도록 합니다.
WARRIOR:짜증나는 자식이 진짜......!!!
(등을 거칠게 비틀어 멍청한 짓을 연발하는 파트너를 떨궈놓았다. 가만히 앉은 자세로 쏴도 반동 제어가 안 되는 마당에, 저 멍청한 묘기나 부리면서 조준을 해 대니까 그렇지!!)
...그라하 티아, 넌 이따 두고 봐.
WARRIOR:
대 크리쳐 살상탄
| 기준치: |
90/45/18 |
| 고장: |
- |
| 굴림: |
56, 89, 1 |
| +2: |
대성공 |
| +1: |
보통 성공 |
| 0: |
보통 성공 |
| -1: |
보통 성공 |
| -2: |
보통 성공 |
| 피해: |
10 |
딛고 선 바닥에는 '크리쳐였던 것'의 잔해만이 가득합니다.
분노를 느낀 듯 형체가 괴기하게 꿈틀거립니다.
WARRIOR:...난 이래서 정면돌파가 좋더라.
메테오를 1번, 그라하를 2번으로 지정합니다.
생체형 크리쳐 :
산성 액
| 기준치: |
50/25/10 |
| 굴림: |
63 |
| 판정결과: |
실패 |
| 피해: |
3 |
그러나, 두 마리로는 '최강의 크리쳐'를 포획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요?
당신의 발 근처로 산성을 띤 액체가 후두둑 떨어지기만 합니다.
대 크리쳐 살상탄
| 기준치: |
85/42/17 |
| 고장: |
- |
| 굴림: |
21 |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 피해: |
16 |
WARRIOR:수명이 십 년은 줄은 기분인데.
(비뚜름하게 웃음을 보이고는 들고 있던 총을 내려놓았다. 핀잔과 함께 네 귀를 주욱, 잡아당긴다.)
BARD:아, 아파! (몸이 기울어지며 그를 향해 머리가 움직인다. 눈을 옆으로 하여 동료를 노려본다.)
WARRIOR:자꾸 튀는 짓 할래? 넌 표적이 되면 안 된다고, 듣는 시늉이라도 좀 해라.
(손목을 털듯이 꺾어 잡고 있던 귀를 놓아주었다. 눈앞의 멍청이를 한참 노려보다가, 땀으로 질척해진 이너 티의 목 부분을 잡아당겨 보인다. 손톱 끝으로 목줄을 두드려 서늘한 소리를 냈다.)
그렇게 멋대로가 좋으면 네가 나 대신 이거 차고 살든지.
BARD:미... 미안하긴 한데, 일부러 그런 건 아니거든? 정말로 다 명중시켜서, 좋은 모습을 보이려고 한 건데... (귀가 놓이자마자 끝이 떨려온다. 엉거주춤 거리를 둔 채 어쩔 줄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숙인다.)
...잘못했어. 내가 다시 봤는데... 등에 발자국은 안 남았어. 용서해 줘.
WARRIOR:등 밟았다고 화 내는 게 아냐.
위험한 짓 안 해도 잘 하잖아, 너 정도 실력이면.
(내렸던 티를 도로 올려놓았다. 말을 하다 만다.) ... ...실랑이할 시간이 아깝군. 또 이러면 등도 못 밟게 할 거야.
BARD:...응. (얌전히 고개를 끄덕이다가, 앞으로는 등을 밟게 해준다는 건가? 라는 생각이 미칠 때쯤 걸음을 옮긴다.)
차게 식어 가는 크리쳐들을 두고 정문을 열어젖힙니다.
X 제약은 공기업은 아니지만, 치료용 연고의 판매로 대중들에게 친숙합니다.
1층까지 진입은 수월했으나, 지하로 가는 길은 자동 개폐 시스템으로 막혀있습니다.
개폐를 해제하기 위해선 경비실로 들어가야겠네요.
BARD:경비실은... 저쪽인가. 어째서 통로가 막혀 있는 거람.
WARRIOR:안에 기업 비밀이라도 감춰 놓은 모양이지. (경계 태세를 유지한 채 주위를 돌아보았다. 이런 구조는 오히려 익숙한데...)
BARD:흠, 따라와 봐. 일단 문을 열기는 해야겠으니까.
당신이 그라하를 따라 경비실에 들어오면, 그는 벽에 손을 짚고 내부를 빠르게 훑어봅니다.
BARD:깊게 숨겨져 있진 않을 것 같아. 내가 좌측부터 찾아볼게.
WARRIOR:조심해, 버튼 있다고 아무거나 누르지 말고.
(자연스럽게 우측으로 향한다. 휴대용 손전등을 들고, 개폐 장치로 보이는 물건을 찾아 실내를 구석구석 뒤졌다.)
안 눌러, 불만스러운 목소리를 무시하고 주위를 둘러봅니다.
개폐 버튼을 찾기 위해 시선을 돌리던 중, 책상 위의 컴퓨터를 발견합니다.
수십 개의 화면이 생생하게 재생되고 있는 감시카메라 화면입니다.
회사 외부 곳곳에 있는 감시카메라는 사람이 없는 지금까지도 작동 중이지만,
WARRIOR:
관찰력
| 기준치: |
75/37/15 |
| 굴림: |
17 |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문득, 당신은 카메라에 비친 익숙한 장소를 발견합니다.
주차장 너머로 작게 보이는 곳은 분명 3일 전 당신이 죽어버린 곳입니다.
익숙한 장소를 비추는 영상의 확대가 가능합니다.
WARRIOR:(여긴... 이 회사와는 제법 거리가 있는 구역인데. 여기까지 감시카메라를 설치해 놓았다고?)
(청각을 집중하여 영상에서 소리가 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한 뒤, 조심스럽게 확대를 해 본다.)
두어 번 클릭하자, 그 영상이 촬영된 날짜와 시간대를 전부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사망 직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자세히는 설명받지 못했었죠.
WARRIOR:(사흘을 누워 있었다고 했지. 12월 21일, 밤 시간... 적당히 이쯤으로 놓고 볼까.)
그라하 티아가 쓰러지는 당신의 몸을 받아내며,
군화 굽으로 쓰러져있던 상급 크리쳐의 핵을 터뜨립니다.
BARD:제기랄, 이런 초보적인 실수를 하다니... 또 내가 실수를...
한탄하듯 말한 그는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당신을 내려다봅니다.
철없던 녀석이 저런 얼굴을 지을 줄도 알았던가요.
손바닥을 올려 당신의 눈을 감겨주곤 시체를 바닥에 눕힙니다.
가장 중요한 일은 끝났으니까
넌 내가 본 크리쳐 중 제일 최고의 크리쳐야.
분명 죽었을 터인 메테오의 몸이 두어 번 움찔거립니다
그라하가 생존자들의 신원을 체크하느라 여념이 없을 때,
끈에 매달린 조각처럼 흔들거리는 메테오를 발견한 생존자 하나가 의문을 표합니다.
이상한 기미에 고개를 돌린 그라하 티아의 표정이 경악에 물듭니다.
우산을 들고 있는 여성: 이상하네요, 방금 목숨이 끊어진 게 아니었나요?
턱수염이 난 남성: 어떻게 되살아날 수 있는 거지?
어려 보이는 학생: 저기 좀 봐 주세요, 우... 움직임이 조금 이상한데. 아닌가?
그때, 메테오의 팽팽하게 웅크리고 있던 몸이 용수철처럼 튀어나와 그들의 틈에 파고듭니다.
완전히 방심했던 그라하는 메테오의 움직임을 따라가지 못했기에, 방어하지 못하고 메테오에게 걷어차입니다.
우득, 갈비뼈가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그라하는 마른 땅바닥을 뒹굽니다.
메테오는 그라하에게 눈길을 주지 않고 이를 세워 시민을 공격하지만,
여기저기서 비명이 울리고, 내동댕이치고, 엉겨 붙어 목을 조르고, 끔찍한 파열음이 들리는…….
WARRIOR:
SAN Roll
| 기준치: |
69/34/13 |
| 굴림: |
52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영상은 그라하 티아에 의해 중간에 종료됩니다.
(등 뒤에 닿는 인기척에도 화면에 시선을 못박은 채 비틀린 소리를 냈다. 조작된 영상일 것이라, 헛된 희망을 품기도 전에 네가 직접 영상을 멈춰놓았다는, 사실상 긍정이나 다름없는 현실에 내쳐졌다.)
...생존자들은 무사하다며, 네가, 네가 한 말, 윽, ....
(게워낼 것이 없는데도 토기가 치밀었다. 영상 속에서 보았던 생존자들의 인상, 표정, 나이대와 복장, 눈을 감아도 끊임없이 되풀이된다. 목을 쥐고 무의미한 헛구역질을 해댔다.)
너... 왜 보고만 있었어, 말렸어야지, 그게 네 역할이잖아,
시간이 얼마 없어.
WARRIOR:저 상태에서 나를 말리라고 상부에서 아득바득 널 붙여놓은 것 아닌가, 방심 따위는 애초부터 하지도 말았어야지!!!
...사람, 사람들은... (목의 쇠붙이에도 가시가 돋은 것처럼 따끔거린다. 불안정한 상태. 그 크리쳐뿐만이 아니었어. 지금의 내 꼴도, 네가 보기에는 그 당시의 크리쳐와 별반 다르지 않을 테다.)
사람들은... ...어떻게 됐어?
BARD:얘기했잖아, 일부는 헬기를 타고 갔다고. 그러니 진정해.
그때만 잠시 이상해졌을 뿐이지 지금의 너는 괜찮아, 나 역시 크게 다치지 않았어!
또... 여전히 너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있잖아. 지금 바로 이 자리에서 말이야. ...안 그래?
(완전히 여유를 잃은 그를 바라본다. 표정을 구긴 채 시선을 마주치지 못한다.) 방심해서 미안해. 그저... 어째서인지 회복 속도가 너무 빨랐어.
WARRIOR:......이 일은 상부에 보고해. 전말을 듣고 나면 그쪽에서 날 터뜨리든 어떻게든 하겠지.
(네 탓이 아니라는 건 안다. ...너를 탓해서는 안 된다는 것도.)
(그러나 인정해서도 안 될 것 같았다. 여기서 사태가 자신의 책임이라 인정해 버리면, 스스로 인간과 공존할 수 없는 불안정한 존재임을 인정해 버리면...)
(이 치명적인 결함에 완전히 짓눌리고 말겠지. 두 번 다시는 인간처럼 살고 싶다는 욕심도, 품을 수 없게 될 테고.)
BARD:절대 보고 안 해! 넌...
나랑 계속 가야지! 크리쳐라고 해도 말이야,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거야!
BARD:...이봐, 안타까운 일이었어. 하지만... 너라면 극복할 수 있어. 많은 사람들을 구제해 온 건 너였잖아.
혼란스러운 것도 이해해. 그렇지만 안전 지대에는... 그리고, 나에게는.
네가 필요해.
닫혀있던 문이 열리면, 정확한 신호의 출처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신호는 지하 4층 제약 연구실에서 나오고 있었습니다.
그라하는 잔뜩 일그러진 만면으로 당신을 보고 있습니다.
WARRIOR:내가 이 다음에 찢어놓는 게 너일 수도 있는데도?
걱정하지 마시지. 나를 왜 붙여 놨겠어?
난 최강의 인류라고!
WARRIOR:그런 소릴 들었는데, 이만큼 신뢰가 안 가는 것도 신기하네.
(말과는 다르게 희미한 웃음을 보인다. ...필요라. 당장 몸을 움직여야 할 이유로 삼기에 적당한 말이었다. 줄곧 바라보고 있던 모니터의 중앙을 주먹으로 강하게 내리쳤다.)
때리면 말을 듣는댔나? 이걸로 증인들은 다 말을 듣게 해 놨고, 당분간은 조용하겠지.
(네가 들고 있던 수신기를 자연스럽게 빼앗는다. 발신지를 확인했다.) ...지하4층이야, 가자.
BARD:(커다란 타격음에 빤히 그를 바라보다, 어깨를 들먹이며 깊게 숨을 내쉰다. 정말... 역시 이 녀석은 나 아니면 안 돼!)
문을 열면 황량한 연구실의 내부 풍경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대부분이 정리된 지금 볼 수 있는 건 많지 않네요.
'엎어진 남자', '테이블', '벽면의 서랍' 정도를 확인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길을 막고 있던 문이 열리자마자 엎어져 있던 남자에게 달려갔다. 쓰러진 몸의 맥을 짚고, 기계적으로 심폐소생술을 준비한다.)
새하얀 가운을 입은 남자는 4~50대로 보입니다.
맥을 짚어보지만, 남자는 몇 시간 전에 이미 숨이 끊어진 것 같습니다.
손에 들린 핸드폰에는 구조신호를 보냈던 흔적이 있습니다.
이 남자의 핸드폰을 살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WARRIOR:(핸드폰을 들고 되는 대로 기록을 확인해 본다. 다른 생존자와 연락을 시도한 흔적은 없나?)
그라하, 충전기.
(익숙한 위치로 손을 가져다대는 순간, 곰돌이가 있던 집에 짐을 두고 왔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그의 눈치를 살핀다.)
구조신호를 보낸 시각은 동료의 무전기에 신호가 도달한 시각과 일치합니다.
WARRIOR:...너 가방은 어디다 팔고 왔어?
BARD:그... 글쎄. 눈밭에 잃어버렸나 본데.
WARRIOR:그거 군장인 건 아나? (눈살을 찌푸린 채 메모장을 확인한다.)
BARD:하아, 내 가방도 폭탄이랑 휩쓸리게 생겼네...
BARD:...본인이 충전기라도 가지고 있는 거 아냐?
WARRIOR:됐어, 볼 만한 건 다 봤으니까. (절전 모드를 켜 놓고, 이번에도 네 조끼의 옆주머니에 보란듯이 밀어넣는다.)
난 네 가방이 아니라고......
아직도 주스가 품 안에서 짤랑거려. 알아?
WARRIOR:그러고 보니 임무 목표도 바뀌었고, 도시에 남은 건 우리뿐인 모양이고.
줘 봐, 지금 마셔두자.
그라하 티아는 당신에게 사과 주스를 건넵니다.
WARRIOR:아까 본 사격 솜씨는 이것 때문이었나.
(받은 캔의 뚜껑을 깠다. 조끼 아래 비져나온 티로 입구를 꼼꼼하게 문질러 닦고는, 천천히 몇 모금 넘긴다.)
WARRIOR:맛있네, 미지근하긴 해도. ...한 입 줄까?
BARD:난 됐어. 배고플 텐데 먹을 수 있을 때 많이 먹어.
WARRIOR:(그럼 사양 않고. 입 안에 마지막 한 방울까지 탈탈 털어넣고는 빈 캔을 테이블 위로 올려놓았다. 널브러진 서류들을 대충 집어든다. 볼 만한 게 있나.)
테이블 위에는 연구 일지를 정리한 종이가 늘어져 있습니다.
종이를 흘겨보면... ‘알파’라는 단어가 가장 먼저 눈에 띕니다.
WARRIOR:(일지를 몇 줄 읽어내려가던 중, 당황스러울 정도로 익숙한 내용에 몸이 굳어버린다. 이 연구, 직감이 틀리지 않았다면, 분명...)
당신의 강함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고, AOC에서도 당신의 공로를 인정해 특별한 포상 휴가를 지급했죠.
포상 휴가를 떠나기 전날, 상부에서는 당신을 호출했습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높은 AOC의 건물 꼭대기까지 도달했던 것이 당신의 마지막 기억입니다.
당신은 자신의 손을 내려다봅니다. 당신은 이제 괴물이 아닙니다.
WARRIOR:
SAN Roll
| 기준치: |
71/35/14 |
| 굴림: |
29 |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그라하 티아는 당신을 이상하게 바라보고 있습니다.
WARRIOR:(속을 잠식하던 메스꺼움의 정체를 알아차린다. 죄책감은 크리쳐에게는 어울리지 않지. 처음부터 훈련 시설에서 교육했을 리가 없는 감정이었는데.)
(달게 넘어갔던 사과향이 목구멍 너머에서부터 역하게 치밀어 올랐다. 온전히 회복되지 않은 복부가 찌르듯이 아파오고, 들고 있던 일지를 바닥에 놓쳐버린다.)
라, 라하..., 컥... ...잠깐, 잡아 줘...
(끊어지듯 숨을 토하며 눈앞의 어깨에 머리를 기댄다. 그간 매일밤, 스스로에게 인간일 자격따위 없다고, 주제를 받아들여 버텨야 한다고, 몇 번이나 악착같이 되뇌었는데.)
BARD:메, 메테오...?! (놀란 마음에 그의 몸을 서둘러 부축한다. 아까의 충격이 다시 되돌아온 건가? 그렇다기엔, 너무 부자연스러워 보이잖아...)
(그의 안색을 확인한다. 새하얗게 질린 얼굴을 확인하자 이쪽도 조바심이 났다.) 괜찮아, 우린 여기서 무사히 벗어날 수 있어...!
WARRIOR:(부축을 받으며 몸을 일으켰다. 설명을 대신하듯, 연구의 결론이 적힌 페이지를 테이블 위로 턱 올려놓는다.)
(장갑의 거친 단면으로 입가를 게워낸다. 호흡을 고른 뒤에는 네게 사정을 설명해야 했다. 분명 이 녀석도 파트너의 시원찮은 꼴에 적잖이 당황했을 테지.)
...미안, 상태가 나빠진 건 아냐. 잠깐...... 놀라서.
당신이 몸을 떨어뜨리면, 그라하는 연구 일지를 손에 듭니다.
한참 그를 기다려도, 그는 종이로부터 눈을 떼지를 않습니다.
아무래도... 그에게도 시간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WARRIOR:다 읽기 힘들면 내 입으로 설명해줄 수도 있는데.
(서류에 먹히기라도 한 듯한 네 표정을 확인하고는 고개를 돌린다. 그럴 것까지도 없나. 한 번 저렇게 되고 나면 크리쳐 떼가 와도 무시하는 게 너였으니까.)
(긴장이 역력한 소리로 애써 농담을 던지며, 벽면의 서랍에 다가섰다.)
빼곡한 서랍에는 다양한 연구 재료가 들어있습니다.
그것들 중 하나의 칸만 잠겨 있는 것 같군요.
WARRIOR:
근력
| 기준치: |
80/40/16 |
| 굴림: |
22 |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최강의 인류가 힘을 주면 서랍은 금세 열려버립니다.
[첫 번째 편지], [두 번째 편지]를 입수합니다.
편지는 서로 다른 글씨체로, 두 번째 편지는 반쯤 구겨져 있습니다.
요즘 같은 세상에 굳이 이메일이 아닌 손편지로 적은 이유가 무엇일까 했더니, 이건 명백한 밀서였습니다.
여태껏 안전지대는 유지되며 한 번도 시 전체가 점령된 적 없었습니다.
WARRIOR:
지능
| 기준치: |
50/25/10 |
| 굴림: |
80 |
| 판정결과: |
실패 |
...그라하, 그거 다 보면 이리로 와 봐.
(머리가 쪼개지는 것 같지만, 불길한 예감은 도저히 빗나가지를 않는다... 관자놀이를 짚고 두통이 가시기를 기다렸다.)
당신의 모든 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WARRIOR:(다시, 젠장. 이 멍청한 머리야. 돌아가라.)
지능
| 기준치: |
50/25/10 |
| 굴림: |
30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인공적으로 크리쳐를 만드는 C.V라는 바이러스가 A시에 퍼져 시민들이 생체형 크리쳐로 변해버렸으며,
벙커 안에 숨어있던 사람들만이 공기 중에 퍼진 바이러스를 피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당신이 여태 죽인 생체형 크리쳐는 총 몇 마리,
WARRIOR:
SAN Roll
| 기준치: |
70/35/14 |
| 굴림: |
74 |
| 판정결과: |
실패 |
아니, 오히려 그의 컨디션은 한결 좋아 보이기까지 합니다.
컨디션과 대조적으로 그라하의 얼굴 위로 다양한 표정이 교차합니다.
변화에 대해서 가장 잘 아는 쪽은, 몸의 주인인 그일 게 뻔합니다.
당신의 다음으로 '최강의 인류'라고 불리는 그라하 티아는 어차피...
언젠가 당신처럼 크리쳐로 개조당할 예정이었겠죠.
단순히 그 시기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앞당겨진 것뿐이고요.
WARRIOR:
SAN Roll
| 기준치: |
68/34/13 |
| 굴림: |
9 |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어느 순간, 그라하 티아의 눈에서 빛이 꺼집니다.
당신이 느리고 무거운 몸에 채 적응하기도 전, 그라하가 당신의 가슴팍을 걷어찹니다.
당신은 대응할 틈도 없이 그에게 휘둘려 벽에 머리를 박고 바닥으로 미끄러집니다.
다시 한번 허공으로 들어 올려진 당신의 눈에,
아무런 감정도 없이 당신을 내려다보며 목을 조르는 그라하의 얼굴이 비칩니다.
WARRIOR:...큭, 도대체가... 돌아버리겠네! ......이거 놔! (관절을 비틀어 목을 움킨 손을 떼어낸다.)
그렇게 말했지, 튀지 말라고, 상부가 되었든 크리쳐가 되었든 눈에 띄지 말라고... ...결국 이렇게 뒤통수를 맞았잖아.
(이제 이건 크리쳐다. 전력을 다하지 않으면 죽는다. 반대로 말하면, 이쪽에서 전력을 다하더라도 너는 죽지 않는다. 눈앞에 비친 뺨에 본능적으로 주먹을 꽂아넣었다.)
(흉곽을 걷어차인 충격에 복부의 상처가 터진 것 같다. 재차 피가 새어나오기 시작한 배를 감싸쥐고, 미쳐 돌아가는 상황을 분명하게 인식하였음에도... 그 무감정한 눈을 마주치자 웃음이 다 났다.)
아무런 타격이 없습니다. 피해를 받은 크리쳐는 당신을 노려봅니다.
강한 충격과 함께 당신의 시야와 보이는 모든 것들이 흔들립니다.
WARRIOR:여태까지, 헉... 커억, 죽어 준 은혜를... 이딴 식으로 갚는단 말이지.
(핏기가 섞인 침을 바닥에 뱉었다. 그래, 이걸로 너도 알겠지. 그 상태가 얼마나 짜릿한지. 모든 것을 부숴버리고 싶은 충동에 이성을 내맡긴다는 게, 얼마나 두렵고도 강렬한 쾌락을 주는 일인지.)
머릿속 내내 이명이 들리며 당신의 코에서부터 혈액이 흘러내립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어지러운 머리를 흔들고 다시 그라하 티아의 모습을 눈으로 좇으면…….
위에서부터 쿵, 쿵, 쿵, 하고 규칙적으로 묵직한 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계단을 타고 올라가며 손에 잡히는 것과 벽을 전부 파괴하고 부수고 있군요.
당신을 공격했던 그는 폭주 상태로 건물의 가장 높은 곳까지 향합니다.
WARRIOR:도대체가 귀여워질 만하면, 윽.... (수염에 말라붙은 핏자국인 줄 알았는데, 새로 터져나오는 피를 손등으로 어색하게 닦아냈다.)
(다리가 말을 듣지 않는다. 늘어지는 움직임, 방아쇠에 남았던 망설임, 여전히 가시지 않은 몸 곳곳의 통증. 전부 불편하고 당황스러울 뿐이었는데, 그 전부가 실은 생의 증거였다니.)
(이런 성가심, 달리면 숨이 차는 느낌. 그게 좋았어. 아주 오래 그리워했던 것도 같다.)
(옥상으로 이어지는 비상계단을 발견한다.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계단을 서너 칸씩 뛰어오른다. 어차피 좁은 곳에서 마주치면 이길 수 없다. 너라면 몸에 끓어넘치는 힘을 주체하지 못하고 트인 곳으로 향하겠지. 방해물이 없는 공간에서 산탄총을 사용한다면 승산이 있어.)
(비정상적인 상황에도 계속해서 웃음을 터뜨린다. 인간으로 돌아왔다는 사실에 더불어, 이제야 드디어... 누군가에게 이해와 동정을 구할 수 있게 되었다는, 지극히 사적인 이유 때문에.)
(이번에는 내가 너의 최강의 인류가 되어 줄 차례다. 품 안의 소총을 단단히 쥐고, 옥상으로 이어지는 철문을 힘껏 걷어찼다.)
후들거리는 다리는 당신이 옥상으로 향하는 도중 몇 번이고 풀려버립니다.
멈출 기미가 없는 코피를 닦아내며 그제야 당신은 깨닫습니다.
벽과 계단은 강한 힘을 싣고 내리친 주먹과 발길질로 움푹 팬 채 부스러기를 흘리고 있습니다.
그라하 티아의 빠른 발을 따라잡지 못한 당신은 한참 뒤에서야 옥상에 도착합니다.
옥상의 문은 억지로 열린 것인지, 단순히 그 너머로 가겠다는 의지 하나에 의해 흉한 형태로 휘어져 있었습니다.
그는 불완전했던 정신을 어느 정도 추슬렀는지,
시선을 건물 아래의 야경에 꽂은 채 눈을 떼지 못합니다.
주먹을 감싸고 있던 장갑은 그 힘을 이기지 못해 너덜너덜하게 찢어져 있습니다.
이 순간이 영원할 것처럼 눈이 쏟아지고, 하늘은 새카맣지만,
여전히 새파랗게 밝은 건물의 빛을 등지고 선 그라하 티아의 표정은 보이지 않습니다.
속에 있는 자아가 선하다면, 크리쳐와 인간도 공존할 수 있다고 했던가요?
그라하는 당신이 아니기에 할 수 있는 말이었죠.
그런데도 아이러니하게 지금, 그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당신뿐입니다.
얼굴이 잘 보이지 않는 동료는, 고개를 움직여 당신을 바라보는 것 같습니다.
이곳은 건물의 옥상, 아득하게 휘몰아치는 검은 눈보라 아래로 야경이 빛나고 있습니다.
드문드문 어둠이 잠식한 도시의 야경은 어쩐지 위태롭고 쓸쓸합니다.
부추기듯 두드리는 심장 고동 소리를, 그라하 티아는 결국 참지 못하고 당신에게 달려듭니다.
작동 방식도 알지 못하는 총은 내던지고, 무기가 될 만한 무언가를 잡는다거나, 없다면 날카로운 이빨과 손톱을 세운다거나…….
그라하 티아는 심리적인 저항감으로 패널티 다이스를 굴립니다.
최강의 크리쳐를 대할 때는 약식 룰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민첩이 99인 그라하 티아가 선공을 가져갑니다.
내가 힘들다고 했잖아?
무엇이든 좋으니 죽여버리고 싶어.
WARRIOR:그거 말이야. ...아니다, 말은 안 통하겠군.
총을 던졌던 그라하 티아가 주먹을 꺼내듭니다.
BARD:
비무장
| 기준치: |
70/35/14 |
| 굴림: |
91 |
| 판정결과: |
실패 |
| 피해: |
1 |
WARRIOR:(공격을 피하기만 하는 건 불가능하다. 인간의 몸은 아직 익숙하지 않아, 예전처럼 팔을 내주고 핵을 취하는 식으로도 싸울 수 없다. 이 녀석이 이전의 나와 같은 상태라면 체내에 핵이 있지도 않을 테고.)
(사냥감을 포착한 최강의 크리쳐의 머리카락이 한 번 휘날리는 시간, 연구실의 핸드폰에서 보았던 것을 떠올린다. 괴물을 만들어낸 곳이니 괴물을 재우는 법도 당연히 마련해 두었겠지. ...일단은 급소를 방어하면서 시간을 벌어야겠어.)
비무장
| 기준치: |
75/37/15 |
| 굴림: |
47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 피해: |
6 |
이대로 정신 못 차리면 죽이는 수밖에 없어.
그거 죽도록 아프거든? 넌 아직 한 번도 안 죽어봐서 모르겠지만.
굉음이 울리고, 허수아비가 쓰러지는 것처럼 무기력한 퍽! 소리와 함께,
그라하 티아의 세상이 한 번 크게 뒤집히더니,
어느덧 그라하 티아는 당신을 올려다보고 있었습니다.
흩날리는 땋은 머리, 형형하게 빛나는 붉은 눈.
모든 것을 집어삼킬 듯 부는 바람과 내리는 눈,
WARRIOR:(걷어차이면서 뇌진탕이 왔나. 조금 전부터 시야가 가물거리고, 머리가 제대로 돌아가질 않는다. 주문의 내용만은 토씨 하나 빼놓지 않고 기억하고 있지만, ...시전을 위해서는 무방비해져야만 한다.)
정신 남아 있는 거 다 알거든?
(오늘따라 유난히 붉은 파트너의 홍채를 노려보았다. 승부를 걸 때와 변함없는 낯짝으로, 잇몸을 보이며 웃었다. 이 뒤로는 네가 한 번이라도 얌전히 말을 들어주기를 수밖에.)
지능
| 기준치: |
50/25/10 |
| 굴림: |
60 |
| 판정결과: |
실패 |
BARD:
비무장
| 기준치: |
70/35/14 |
| 굴림: |
3, 58, 95 |
| +2: |
극단적 성공 |
| +1: |
극단적 성공 |
| 0: |
극단적 성공 |
| -1: |
보통 성공 |
| -2: |
실패 |
| 피해: |
2 |
그라하 티아의 주먹이 당신의 뺨을 스치듯 지나갑니다.
때리지 못한 것인지, 때리지 않은 것인지는 알 겨를이 없었으나...
장갑을 낀 반대쪽 손을 들어 타격을 시도합니다.
BARD:
비무장
| 기준치: |
70/35/14 |
| 굴림: |
62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 피해: |
3 |
WARRIOR:
비무장
| 기준치: |
75/37/15 |
| 굴림: |
47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 피해: |
4 |
반격에 실패하여 그의 주먹이 뺨을 강타합니다.
WARRIOR:(턱이 돌아가며 혀를 씹었다. 두개골이 고장난 것처럼 쑤신다. 눈 덮인 바닥 위로 피를 토하며 고개를 저었다. ...이것 봐, 죽여 놓지도 못하면서.)
(전투 끝에 정말로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 또한 새삼스러웠다. 여지껏 이런 상황이 닥칠 때마다 너는 나를 몇 번이고 쏘아 죽였겠지. 덩치도 한 뼘은 작은 주제에, 자신이 덤벼들어 진심으로 죽이려고 했을 때마다 이토록 무력한 기분을 느꼈을까.)
지능
| 기준치: |
50/25/10 |
| 굴림: |
76 |
| 판정결과: |
실패 |
빌, 어먹을... 컥, 허억... 아프다니까...!!
(말 좀 들어, 고집만 세 가지고! 무릎을 세워 네 등허리를 가격했다. 겨우 틈을 만들어 빠져나온다.)
BARD:
비무장
| 기준치: |
70/35/14 |
| 굴림: |
78 |
| 판정결과: |
실패 |
| 피해: |
1 |
그라하 티아는 바닥에 꽂힌 다리를 뽑아냅니다.
짧은 한 마디와 함께 당신을 있는 힘껏 밀칩니다.
BARD:
비무장
| 기준치: |
70/35/14 |
| 굴림: |
15 |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 피해: |
2 |
WARRIOR:
비무장
| 기준치: |
75/37/15 |
| 굴림: |
60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 피해: |
7 |
최강의 크리쳐를 대적하는 것은 여간 쉬운 일이 아니군요.
WARRIOR:(상처를 덮어놓은 자리를 얻어맞고는 견디지 못하고 비명을 터뜨렸다. 뼈에 금이 갔나, 이 이상 움직임이 커지면 위험하겠는데...)
너야말로, ...사람 가만히 둔 적 없으면서.
날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힘이 되어주는 게 내 일이야.
아니... 우리 일이지.
...여태까진 네가 있어서 머리 쓰는 일은 전부 맡겨 놓고 있었는데. 그런데, 네가 이런 꼴이 되어버리니까, 윽... 이것 봐, 곤란해지잖아!
지능
| 기준치: |
50/25/10 |
| 굴림: |
19 |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알파가 되어버린 그를 진정시키기 위해 한발짝,
그라하는 생각에 잠긴 당신을 불만스럽게 쳐다봅니다.
BARD:...완전히 얕보이고 있군.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있나 보지?
싸움에 온전히 집중하지 않는 당신을, 조금은 초조하게 여기는 듯합니다.
WARRIOR:네가
인간 하나도 제대로 못 죽이니까 그런다.
(빈정거리며 대놓고 도발한다. 위험한 짓이지만, 지능이 있으면서 단순한 상대를 가까이 오게 하려면 가장 확실한 방법이지.)
(붕대가 탄탄히 매인 덕인가, 움직이더라도 부러진 뼈가 장기를 찌를 정도로 틀어지진 않을 것 같다. 일이 마무리되면 붕대 매는 솜씨를 아주 조금 칭찬해야겠는걸...)
BARD:걱정 마,
지금 당장 시범을 보여줄 테니까...!
BARD:
민첩
| 기준치: |
99/49/19 |
| 굴림: |
57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WARRIOR:(즐기고 있잖아. 인간의 것을 아득히 넘어선 속도에 피가 흥건해진 입술을 악물었다.)
(환하게 트인 옥상에는 총기로부터 숨을 곳 따위 없다. 본래 폭주한 크리쳐라면 총기를 다루는 법도 모르는 게 정상이겠지만, 저 자식은 원래부터 머리 하나는 기가 막히게 좋았으니... 팔 하나 정도는 날릴 각오도 해야겠군.)
어디 보여 봐, 인상적이라면 칭찬쯤은 해 주지!
정신
| 기준치: |
70/35/14 |
| 굴림: |
38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BGM
당신은 고군분투하던 끝에, 드디어 주문을 깨닫습니다.
정체 모를 문구를 사용하는 방법을 알게 된 당신은...
영문을 알 수 없는 소리가 입술 사이로 읊어지고,
그 마력이 푸른 빛을 띠고 있던 이유는, 도시의 형광 때문인지, 그것이 당신의 색이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따스한 음색이 그라하 티아의 몸을 보호해 줄 뿐입니다.
색이 다른 두 눈이 당신을 똑바로 쳐다봅니다.
WARRIOR:(긴장으로 굳어 있던 근육이 이완하는 것과 동시에, 몸을 감싸고 있던 푸른 마력이 사방으로 흩어지는 풍경을 보았다.)
(...마법, 그토록 젬병이라는 소리를 듣고 살았는데.)
갈수록 못 말리겠군.
BARD:미안, 내가 또... 네 앞에서 실수를 저질러버려서...
...늘 사과만 하게 되는 것 같지만, 이번엔 용서해 주지 않아도 좋아.
원한다면 상부에 얘기도 할게...! 그리고, 아, 고맙다는 말부터... 해야 했나?
윽, 모르겠어. 어려워...
WARRIOR:(정신을 차리자마자 쫑알거리며 떠들어대는 소리에 걱정이 눈 녹듯 녹아내리고 만다. 미간에 머물고 있던 불안이 사라졌다는 듯, 어색하고 선명하게 웃어보였다.)
상부엔 말 안 해. 날 그 꼴로 만들어 놓았던 놈들이야. ...미쳤다고 보고를 하나.
너도 이만하면 쌓인 건 풀었을 거고, ...용서는 서로 해준 셈 치자.
고맙다는 말은 받아두지. 됐으면 와서 부축이나 해 줘.
BARD:(피범벅이 된 얼굴을 확인하고, 그에게 다급하게 다가가 몸을 기대게 한다. 어째서 웃고 있는 거야...? 내가 계속 때리고, 던지고, 신경질도 냈는데...)
이, 인간이 돼서 좋겠네... 넌 항상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는 것 같았거든.
그리고... 상부 얘기 말인데.
어떻게 생각해? 이젠 다 알게 됐잖아.
WARRIOR:지금 안 그래도 골이 울리는데, 그런 어려운 걸 물어보면....
(부축을 받으며 체중을 완전히 기댔다. 어깨에 팔을 대면 기댈 수 있는 딱 한 뼘의 거리. 네가 더는 최강의 인류가 아니게 되었음에도, 이 어깨의 높이만은 변함없다는 사실이 못내 기뻤다.)
(그리고... 더이상 최강의 크리쳐도, 최강의 인류도 아니게 된 우리에게는... ... ...생각을 이어가다가도 머리뼈가 여기저기 울렸다.)
(이래서 머리 쓰는 건 내 일이 아니라니까. 시야가 점멸하는 와중에도 농담을 던지며, 눈발이 덮인 붉은 귀를 만졌다.) ...너는 어떻게 하고 싶은데?
BARD:(익숙하지 않은 손길에 귀를 쫑긋거리다, 그대로 양쪽으로 귀가 내려간다. 쓰다듬이 처음은 아니지만... 어쩐지 지금이 더 기분이 좋은걸. 꼬리를 휘저으며 입꼬리를 올렸다.)
내 생각을 물어봐주는 거야?
WARRIOR:이제 상부에 끌려가서 개목걸이를 차야 하는 건 내가 아니니까.
BARD:뭐... 몇 초 전에 생각해 둔 게 있긴 하지.
이 전장은 인간과 크리쳐 모두를 괴롭게 만들어.
나는 이 고통의 뿌리를 뽑으러 떠나고 싶어.
단지 일탈을 의미하는 게 아니야. 속된 말을 빌리자면 상부는... 썩어 있어.
그래서 말인데, 다시 싸울 거야. 크리스마스 선물은 조금 늦어지겠지만... 아무렴 어때. 크리쳐가 되어버린 이상 죽지도 않을 텐데.
여기까진 내 생각이고! 넌 알아서 해, 메테오. 너에게 나의 길을 강요하는 건 아니니까.
WARRIOR:(각오가 묻어나는 연설을 잠자코 듣고만 있었다.) 나야... ...쉬고 싶은데.
(인간의 몸으로 돌아왔다는 것, 한 번뿐인 삶의 기회를 돌려받았다는 것. 붉은 정수리 위로 소복이 쌓인 눈에 뜨거워진 눈시울을 비볐다.)
(터지면 끝. 무르다 못해 물컹한 몸. 그걸로 최강의 크리쳐를 따라간다 하더라도 짐이 될 뿐이겠지. 당장은 가고 싶은 곳도 많다. 해안선이 넓게 트인 바다, 좋아했던 낚시가 하고 싶고, 얼굴을 보지 못한 지 오래 된 고향의 친구들도 만나고 싶어. 그런데...)
(문득 고개를 들면 도시 중앙의 시계탑이 보였다. 시침이 자정을 넘어 새벽 한 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네가 한 말이었나, 크리스마스 선물은 주고 받는 거랬지?)
...아무래도 할 일이 남은 것 같네.
네가 날뛰면 이번에는 내가 너를 쏴 줘야지. 게다가 너 말고도... 이 안에는 아직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있을 테니까.
BARD:...됐어, 수고로운 일을 시키고 싶지 않네. 날뛰지 않도록 몸을 조심히 써볼 테니까. 소생할 여지를 주지 않으면 되는 거잖아!
그보다... 죽어본다는 게 아직은 먼 얘기만 같네.
WARRIOR:너처럼 튀기 좋아하는 놈한테 그게 어디 쉽겠냐.
궁금하면 지금 한 발 갈겨보고.
BARD:......난 그런 말에도 겁 안 먹어.
WARRIOR:진짜? (웃음을 터뜨리며 총기를 들어올리는 시늉을 했다. 까짓 것 알고 있다. 언젠가 오늘의 선택을 후회하는 날이 기필코 올 테지.)
(한 순간의 감정과... 흩어지는 눈발과, 도시의 푸른 야경에 휩쓸려 내려버린 멍청한 선택. 그런 선택을 내려 놓고도 기분은 후련하기만 하다는 것이, 꼭 스스로가 의심할 여지도 없는 인간이라는 사실을 말해주는 것만 같았다.)
BARD:초... 총 함부로 겨누지 마! 그건 그렇고...
...나랑 함께해 준다는 말인가? 방금 얘기했던 건...
궁금해서 물어보는 거야. 일단 이 장소를 벗어나긴 해야 하니까...!
WARRIOR:그래, 우리 같은 사람들이 늘어나지 않도록 해야지.
하는 김에 네 감시역도 하고.
당신의 대답을 들은 그라하 티아가 밝게 웃습니다.
아니면, 나 혼자서 뛰어내린다?
WARRIOR:넌 이제 혼자 뛰어내려도 멀쩡해.
(바닥에 뭐가 있으면 머리가 깨질 수도 있긴 하겠지만. 그런 말을 덧붙이며 못 이기는 척 너를 안아들었다.)
...항상 하던 자세라 오히려 낯설게 느껴지는데.
(안 되겠다, 앞으로는 네가 들어. 금이 간 갈비뼈가 정확하게 네 체중만큼 눌려오는 것을 느꼈다. 난간의 철심을 단단히 밟고, 바람 소리에 흘러가듯 투덜거린다.)
BARD:...다시 응급처치를 해줄 테니까, 이번만 참아. 탑승감이 나쁘지 않은걸.
차가운 바람이 뺨을 때리고, 두 사람의 시선이 교차합니다.
야경이 빠르게 스쳐 지나가며 푸른 빛이 일직선을 그립니다.
내리던 눈이 멎으면, 도시를 잠식한 어둠이 걷혀갑니다.
밝아오는 새벽하늘 너머로 다가오는 헬기가 보입니다.
가볍게 바닥에 착지한 그라하 티아와, 당신의 머리카락이 허공에 감겼다 내려앉습니다.
당신의 대답을 듣고 그라하는 웃음소리를 냅니다.
그러고는, 초코바를 넣어 두었던 그 주머니에 또 다시 손을 넣네요.
이번에 손에 들린 것은... 작은 리모컨입니다.
프로필에 들어가 메테오로 이름을 수정해 주세요.
너덜너덜해진 군복을 한 번 고치고, 그라하의 얼굴을 돌아보면…….
빛이 돌아온 눈동자에 고스란히 당신이 담깁니다.
멈추지 말아야 할 이유가 생긴 서로를 눈에 담고,
BGM
검은색 의자에 앉아 있던 마지막 사람이 뒤로 넘어가며, 회의실 내부는 혈향과 살덩어리로 채워졌습니다.
코를 찌르는 냄새에 미간을 좁히며 밖으로 나간다면 총을 느슨하게 든 그라하가 당신을 맞이합니다.
복도 너머에서부터 그라하가 있는 곳까지, 길게 핏자국이 이어집니다.
이걸로 당신과 그라하의 복수는 종료되었지만…….
뒤이어 찾아올 혼란은 아무것도 모르는 안전지대 시민들의 몫이겠죠.
창밖, 검은 어둠 위로 새파란 야경이 번집니다.
목줄이 사라진 목은 허전할지언정 춥지 않습니다.
조금 아팠나 봅니다. 그라하가 당신을 노려봅니다.